中영향력 확대와 대통령 친인척 부패 유관"
(알마티=연합뉴스) 이희열 특파원 = 카자흐스탄 야권이 중국에 대규모 농토를 임대하는 문제를 계기로 중국의 `팽창주의"를 비판하며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집회와 시위가 엄격하게 통제되는 카자흐 상황에서도 거리로 나선 이들은 특히 자국 정부의 정책 실패가 중국에 대한 예속적 개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 배후에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있다고 주장, 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야당인 아자트당의 당원과 농민 등 500여 명은 지난 30일 카자흐의 옛 수도이자 경제수도인 알마티에서 중국에 농토를 임대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중국을 `위협하는 용"으로 묘사한 기를 들고 "카자흐 땅에 중국 콩 반대" "우리 땅이 위태롭다" "중국 판다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는 등 고조된 반(反) 중국 감정을 드러냈다.
BBC방송과 아시아펄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자트당의 볼라트 아빌로프 당수는 집회에서 "중국에서 130억 달러를 빌린 정부가 이제 땅으로 갚으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외국인들에게 땅을 양도하는 것을 금지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 비판이 금기시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일부 시위자들은 "나자르바예프 타도"라는 구호까지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시위자 중 일부가 거리를 행진하려 하자 이를 막고 집회를 해산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1명을 체포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달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중국이 콩과 농작물들을 재배할 백만 헥타르(ha)의 카자흐 땅을 임대해 줄 것을 제안했다"고 밝힌 것이 직접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한 논란이 일자 정부는 그러한 제안을 받기는 했으나 중국에 토지를 임대해 줄 어떠한 계획도 없다고 부인하며 수습에 나섰다.
또 카자흐 검찰 당국은 지난 28일, 농토 문제와 관련해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인종 갈등을 부추기려는 세력은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야권이 알마티에서 시위를 벌인 것은 그만큼 대중들의 중국에 대한 두려움과 반감, 그리고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밝혔다.
중국은 카자흐에 대한 최대 투자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경제위기로 카자흐의 유동성이 부족한 가운데 중국은 카자흐 석유와 광물자원 분야에 약 130억 달러의 차관을 지원했다. 또 지난해에만 카자흐 석유기업들의 지분과 교환하는 조건으로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이 카자흐 연간 석유생산량 7천5백만 톤의 4분의 1 가량을 지배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카자흐 정부는 석유 등 에너지와 광물 수출을 계속 늘려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적지 않은 카자흐인들은 경제발전을 위한 에너지와 자원 확보에 혈안인 중국이 자원 부국인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에 대한 경계 태도는 유목민 조상이 중국과 많은 전쟁을 겪었던 카자흐 사람들에게는 뿌리가 깊다.
또 카자흐 야권은 정부가 경제정책 실패로 외자를 끌어 들이고 중국에 카자흐 국부를 팔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수배를 받고 도피 중인 야권 지도자 중 한 명인 묵타르 아블랴조프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둘째 사위인 티무르 쿨리바예프가 수 년 전 중국 국영 석유업체로부터 카자흐 석유 및 가스 산업 통제권의 일부를 넘겨주는 대가로 막대한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아블랴조프는 또 이번에 불거진 농토대여는 "중국과 카자흐 간에 이뤄지는 제2단계 장기적 거래의 일환"이라며 농토문제 역시 당시에 이미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기사입력 2010-02-31 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