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인 묘법연화경에는 부처님께서 영축산에서 설법한 뒤 하늘에서 여러 꽃들이 비 오듯이 쏟아 내려 부처님과 모든 대중 위에 뿌렸고 또 부처님이 보리수 나무 아래에 앉아 있을 때 여러 범천들이 갖가지 하늘 꽃을 비처럼 내려 쌓였고 향기로운 바람이 또 불어와서 시든 꽃은 날려 버리고 다시 새로운 꽃을 뿌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와 같이 부처님이 설법을 마치고 깨우침을 얻었을 때 하늘에서 축복의 꽃비를 내린 것을 경전에서는 ‘우화서(雨花瑞)라고 말한다. 때문에 꽃은 불교에서 중요한 상징물로 여겼다.
꽃이 핀 후에는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자들은 흔히 꽃이 피는 것을 해탈 성취를 위한 정진(精進)에 비유한다. 해탈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행과 자비의 실천 등 만 가지의 실행이 필요하다. 그런 까닭에 수행자는 열매를 맺기 전에 먼저 피어나는 꽃의 속성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부처님께 올리는 여섯 가지 공양물이 있다. 향, 꽃, 등, 차, 과자, 쌀(香·花·燈·茶·果·米)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꽃은 향, 등과 더불어 정신적 공양물로 인식되고 또한 불자들은 향을 법신(法身), 꽃을 보신(報身), 등을 화신(化身)에 비유한다. 그러므로 꽃살문에 새겨진 수많은 꽃들은 그 하나하나가 법신(法身)을 나타내고 부처님을 향한 중생들의 환희와 숭앙심(崇仰心)의 표상이기도 한 것이다.
꽃살문의 제작 기법을 살펴보면, 문살 자체를 꽃모양으로 조각하여 짜서 맞춘 것, 따로 조각한 꽃모양을 빗살이나 솟을빗살의 교차점마다 붙인 것, 그리고 꽃문양을 판자에 투각하여 문살 위에 붙인 것 등이 있다. 꽃의 종류는 연꽃, 모란, 국화(菊花), 주화(朱花)가 많지만 이름을 알 수 없는 관념적인 꽃들도 적지 않다. 꽃잎은 6장인 것이 대부분이며, 4장 또는 해바라기, 백일홍 같이 많은 꽃잎을 가진 것도 있다. 이밖에 화병에 꽃을 꽂아 놓은 모습을 묘사한 것, 민화처럼 연밭 정경을 주제로 삼은 것, 그리고 사군자, 모란, 포도와 같은 길상(吉祥) 식물을 표현한 것 등이 있다.
한옥에 흔히 쓰이는 띠살문, 격자문, 완자살문 등을 짤 때는 문살의 짜임새와 공간 비례, 그리고 문으로서의 기능성을 중요시한다. 이와 달리 사찰의 꽃살문은 장식 효과와 상징성에 더 큰 무게가 주어져 있다. 그러므로 꽃살문은 출입, 개폐라는 문의 일반 기능을 뛰어넘은 새 차원의 문이자 건축 장식 미술이라 할 수 있다. 불상을 모신 법당은 부처님이 사부대중(四部大衆)을 향해 설법한 영산회상(靈山會上)에 비교된다. 그래서 법당 꽃살문에 새겨진 꽃들은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할 때 내린 꽃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를 가진 꽃살문이 여러 사찰에 남아있다. 통도사 대웅전 동편 꽃살문은 격자살과 빗살이 교차하는 부분마다 꽃을 장식한 문이다. 꽃은 국화, 연꽃, 모란의 세 종류가 있는데, 중앙에 국화꽃을 수직 일렬로 배치하고 그 양쪽에 연꽃과 모란을 각각 배치했다. 그리고 국화꽃을 사방에 둘러 모든 꽃들을 둘러싸는 형식을 취했는데 모양이 아름답고 조각 솜씨가 정교하다.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전면에는 모두 8개의 꽃살문이 달려 있는데, 채색은 벗겨졌지만 조각 솜씨가 하나 같이 뛰어나다. 이들 문 가운데 하나는 아래쪽에는 꽃봉오리가 조각되어 있고 그 위쪽으로 활짝 핀 꽃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구도는 일반적인 꽃살문에서 볼 수 없다. 수행 정진하여 불성을 깨우치고 해탈에 이르는 단계를 꽃봉오리와 활짝 핀 꽃으로 상징화한 드문 예에 속한다.
정수사 대웅보전의 꽃살문은 꽃을 화병에 꽂아 놓은 모습을 통째로 투각하여 문살 위에 붙인 형식인데 붉은색, 군청색, 황색, 흰색의 꽃을 화병에 꽂아 놓은 모습을 묘사하고 있어 전체적인 모습이 불단에 올리는 공양화를 연상시킨다. 최근에 다시 보수하면서 색을 칠해 고졸미가 많이 훼손됐지만 순정미는 아직도 소박한 조각기법 속에 살아 있다.
동학사 대웅전 꽃살문 역시 투각기법으로 치장한 문이다. 정수사의 꽃살문양이 도식적이라면, 동학사의 것은 회화적이다. 대웅전 전면 10짝의 문에 모두 화초 투각 장식이 베풀어져 있다. 가운데 칸의 두 문짝에 매화, 그 양쪽에 난초, 그리고 그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세 짝 문에 각각 소나무와 학, 대나무, 국화가 투각되어 있다. 이것은 법당을 성스러움이 충만한 공간으로 조성함과 아울러 불단의 부처님을 장엄하려는 종교적 열정과 기원의 소산이다.
성혈사 나한전은 전면 3칸으로 되어 있는데, 어칸의 두 문짝에 연꽃, 승려, 새, 개구리, 물고기 등이 투각된 장식판이 빗살 위에 부착되어 있다. 중앙 두 문짝의 문양이 대칭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볼 때 하나의 본을 사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동화의 세계를 그린 한 폭의 민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아름답고 정겨운 느낌을 주는 꽃살문이다. 꽃살문은 부처님을 향한 종교적 열정과 신앙심, 그리고 한국적 미의식이 담겨있는 건축 장식 미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