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과 일본 net 양측에서 한국 화폐의 주인공들을 조롱하는 스레들이 여기저기 올라오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고 하지만... 기가 막히고 한탄스러웠다.
조롱의 대상이 된 한국 화폐의 주인공 중에 5천원권 지폐의 주인공은 율곡 이이(栗谷 李珥) 선생이시다.
한국에서는 주로 明으로부터도 평가받았던 조선의 대학자, 일본의 침입에 대비하여 10만의 병력을 양성해야 된다고 했던 주장으로 유명하다.(10만 양병설은 과장, 각색된 근거없는 낭설로 최근에 확인되고 있다.)
선생께서 높게 평가했으면서도 또한 경계하였던 제자 정여립이 직설적이고 거친 성격으로 붕당의 의리를 깨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풍운아와 같은 기행을 거듭하다가 비극적이고 허망한 최후를 맞은 사건 (정여립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또는 대동계와 관련된 짧은 평론 등에서 상당히 각색되거나, 과장된 것이 많기 때문에 관심있는 한국인이라면 제대로 된 역사 자료를 공부해 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후대에 反淸北伐論을 강력하게 주도했던 尤菴 송시열이 선생과 선생의 모친인 사임당 신씨를 교조적 수준으로 우상화 하면서...
선생의 정치적 언행과 이미지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년 전 한국의 net 에서 선생의 젊은 시절 科擧시험에서 壯元을 하셨던 답안지의 번역문이 상당한 관심을 받았었다.
인간의 性情과 우주작용법칙의 상호관계를 氣의 작용으로 설명하는 논설이었다. 단순하고 짐작할 수 있게 설명하자면 유럽의 점성술과 유사한 주제를 다룬 것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관점과 해석, 그리고 인식의 깊이는 아주 많이 다르다... 아니...완전히 다르다.)
이후에 한국의 net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는데...
도대체 이런 엄청난 내용의 文章을 20대 초반에 즉석으로 작성할 수 있었던 선생은 공부를 어떻게 한 것일까? 라는 감탄과 의문이 줄을 이었다.
그러자... 또한 놀랍게도 누군가... 선생이 남기신 "공부하는 자의 방향"이라는 글을 올렸고, 그것 역시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입지(立志): 명확한 뜻을 세워라.
2. 교기질(矯氣質): 기질(성격과 성향)을 바르게 잡으라.
3. 혁구습(革舊習): 오래되어 허망한 습관을 버려라.
4. 구용구사(九容九思): 행동과 마음을 함께 바르게 가지도록 수신(修身)하라.
5. 금성옥진(金聲玉振): 성현의 고매한 인격을 모범삼아, 재주와 지혜, 덕을 조화롭게 갖추어라.
6. 일목십행(一目十行): 한번 보고 열줄의 문장을 읽을 수 있도록, 독서에 노력하다.
7. 택우문답(擇友問答): 배움을 함께 할 친구를 찾아라.
8. 경계초월(境界超越): 배움에 있어 한계와 구분을 초월하라.
9. 지어지선(止於至善): 배움의 궁극은 하늘의 마음과 같이 지극히 선한 것에 도달하는 것이다.
상당히 함축되고 고상한 내용이라서... 사실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공부하는 자를 위하여 남기신 글이라고 이해하면,
아마도 수업을 듣고 학습하는 정도의 경험으로는 선생의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며,
전문분야의 본격적인 연구를 상당히 경험해 본 사람이어야 현실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소위 한국인들도 자학적으로 비판하는 조선의 씹선비...
일본 혐한측에서 조롱하는 조선말의 퇴락한 교조적 성리학....
하지만... 동아시아 철학분야에서, 유교와 성리학의 발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巨儒께서는 저런 엄청난 말씀을 남기셨다.
그리고... 현재의 한국에서도 선생의 고귀한 가르침은 잊혀지지 않고 존경받으며,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