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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오는 곳이지만 풍부한 수량으로 콸콸 물이 흐를 것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화산섬 제주는 돌 틈으로 빗물이 빠르게 스며들어 계곡의 수량이 많지 않다. 반면 장마처럼 큰비가 오면 계곡은 사람들의 접근을 거부하듯 제 모습을 감춘 채 무섭게 물이 흘러내린다. 이런 면에서 제주 계곡을 즐기기에는 가뭄도 아니고, 장마 철처럼 수량이 많지 않은 6월이 제때다.
제주 서귀포의 안덕계곡은 제주의 천연림을 볼 수 있는 청정자연이 그대로 녹아 있다. 제주 일주도로변에 위치해 산을 탈 필요도 없다. 주차장에서 건널목을 건너 안덕계곡에 들어서면 어둑어둑함에 다른 세상이 펼쳐진 듯하다.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 호박나무 등 처음 마주치는 나무들 아래로 걷다 보면 이내 기암절벽을 마주친다. 깎아지른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활엽수림이 햇빛을 막아 계곡 입구보다 더 어두컴컴해진다. 태초에 안개가 끼고 하늘과 땅이 진동하며 태산이 솟아날 때 암벽 사이로 물이 흐른 치안치덕(治安治德)한 곳이란 말에서 안덕이란 명칭이 유래한 것처럼 태초의 숲이 이런 모습 아닐까 하는 신비로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제주 서귀포의 안덕계곡 탐방로를 따라가다 조성된 계단을 내려가면 이끼 낀 바위와 우거진 수풀 사이로 각종 산새와 풀벌레 소리가 여행객을 맞는다. 사람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어 오싹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절벽 사이를 지나 계곡을 빠져나갈 수 있는 나무계단을 오르면 도고샘과 양재소까지 이어지는 탐방로 이정표가 나온다. 주차장과 반대 방향이다. 나무데크가 놓인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들이 군데군데 놓여 있다.
안덕계곡만 보고 돌아가는 여행객들이 많아 탐방로에 조성된 계단을 내려갈 땐 풀과 거미줄을 헤쳐야 한다. 이런 수고를 하고 계단을 내려가면 각종 산새와 풀벌레 소리가 여행객을 맞는다. 이끼 낀 바위와 우거진 수풀에서 사람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혼자 계곡에 있으면 그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와 익숙지 않은 풍경의 낯섦에 오싹함이 몰려올 수 있다.
안덕계곡이 제주만의 자연 풍광을 간직한 곳이라면, 서귀포 상효동의 돈내코계곡은 제주의 색을 품고 있다. 돈내코계곡은 한라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시원한 용천수가 만나 사시사철 물이 흐른다. 건천이 많은 제주에서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몇 안 되는 계곡이다. 이 지역은 예전에 멧돼지가 많이 출몰해 ‘돗드르’로 불렸다. 제주 사투리로 ‘돗’은 돼지, ‘드르’는 들판을 말한다. 돗드르를 흐르던 내로 멧돼지들이 물을 마시러 자주 와 ‘돈내코’로 이름 붙여졌다. ‘코’는 하천 입구를 뜻하는 제주 사투리다.
돈내코계곡 입구부터 슬슬 계곡을 따라 걸어 올라가도 좋지만, 좀 더 위쪽 유원지에 자리를 잡아도 된다. 돈내코 유원지는 세면장과 취사장 등 야영장 시설이 갖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