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주
나이가 스물 여섯이며 얼굴도 천박하게 생겼거니와
일을 몰라 명령이 다 부하에게서 나온다.
다음날
사람이 총명하지 못하여 사신이 말을 보내면 대답을
할 듯하면서도 어름어름하기 때문에 봉행이 곁에서 대신
말해 주곤 했다.
오사카에 대해서는 칭찬.
이렇게 이 나라의 번화함과 풍부함 지리의 이로움과 풍경의
기이함은 아마 천하에 드물 것이니 옛날 문헌에 기록된
인도 계빈국이나 파사[페르시아]국도 이보다는 더하지는
못할 것이다.
-일본 여자들은 대개 애교있고 고와서 화장을 하지 않아도 살결이 곱고
희며 또 분 바르고 화장을 하더라도 원래 피부가 맑아서 자연스럽다.
-그린 눈썹, 불그레한 얼굴, 까만 머리, 꽃다운 비녀에 오색 무늬로
된 비단옷을 입고 띠로 허리를 감고는 부채를 가슴에 안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참 아름답다.
머리에는 동백기름이나 향유를 발라 새까맣게 빛난다.
-장군 이하 각주의 태수[다이묘]의 처첩에 대하여는 반드시
어내실[御內室]이라고 존칭을 하는데 그들에게는 각기
豊娘이니 泰娘이니 惠娘이니 翼娘이니
하는 호가 있다.
-귀한 집 여자는 드나들 때 가마를 탄다.
거리에 무슨 구경이 있을 때에는 창문에 의지하여 발을 치고 보며
밖에 있는 여자들은 앉거나 서서 보는데 손에는 고운 수건을 들고
말소리, 웃음소리로 낭랑히 꽃을 피운다.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을 보면 몹시 반가워하며 손짓하여
환영하는 뜻을 보이기도 한다.
- 이 나라에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다.
혼인 할 때 같은 성씨를 피하지 않으며
사촌 오누이끼리도혼인한다.
형수나 제수라도 과부로 있으면 역시 데려다가 같이 산다.
- 또 나이 젊은 남자와 더불어 이마를 비비고 뺨을 어루만지면서
사람들 가운데서도 조금도 부끄럼 없이 서로 기뻐하는 것이었다.
-집집마다 반드시 목욕탕이 있어서 남녀가 함께 벗고 목욕한다.
이 나라 풍속에는 각 고을에 관기를 두고 음악과 노래를 듣는
법이 없다.
-귀족들, 부호들, 큰 상인들은 가는 곳 마다 정을 들인 창녀가 있다.
이름난 지역에는 다 유곽이 있는데 대판은 번화한 곳이라는
유곽으로도 이름났다.
- 그 안에 들어가면 병풍 이불과 술병 차 담는 그릇 등이 있는데
다 비단에 수놓고 금은으로 아로 새겼다.
거기에 각각 미인 한명씩을 두고 상상창루[上上娼樓]라고 금자로
새긴 현판을 붙였다.
-그리하여 탕자[蕩子] 유객[遊客]들이 금을 품고 와서는
추잡한 향락에 털어내 쓴다.
이른바 이 상상창루의 하루 화대가 백금 열냥이며 다음으로 ‘중‘이며
’하‘의 창루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한다.
-풍속이 음란하고 사치스럽다.
-일본에서는 남색이 여색보다도 몇 갑절 성행한다.
나이 열네댓 된 남자로 얼굴이 썩 아름답게 생긴 아이를 골라 머리에
기름을 발라 비껴 양쪽에 뿔이 나게 꾸미고는 얼굴에는 분과 연지를
바르고 몸에는 채색 비단옷을 입힌 다음 사향 진주등 여러 가지
진귀한 패물을 채우는데 가치가 천금을 이른다.
-국왕을 비롯하여 부호와 서민들의 다 남색을 축첩삼아 두고
사랑하는데 집에 있을 때에도 외출할 때에도 곁을 떠나지 않고
따르게 하여
그만 사랑하다 못해 미쳐버린다.
-혹 그 미동이 딴 마음을 둔다면 질투로 살인까지 하는 일이 있으니
이 나라 풍속에 남의 처첩을 보기는 쉬워도 주인 있는 미동과는
감히 더불어 농담도 웃지도 못한다.
-통신사를 대마도에서부터 수행하고 온 통역 우삼동[雨森東]이
지은 문장 가운데 부귀한 사람의 호화로운 생활을 서술한 구절에
“왼쪽에는 말쑥한 치마, 바른 쪽에는 어여쁜 총각‘이라고 하였기에
내가 그 문구를 지적했다.
-“ 도대체 어여쁜 총각이란 무어요? 이른바 남창(男娼)을 이르는
것인가요?”하고 물으니 그는 “ 그렇소이다.” 하였다.
그래서 내가
“ 귀국의 풍속은 과연 괴상하구려! 남녀 두 성의 정욕이란
본래 천지자연의 번식 원리에서 나온 것이니 천하가 다 같지만
그래도 음란에 빠질까 경계 하거늘, 세상에 어찌 음이 없이
양끼리만 서로 정을 느껴 기뻐 할 수 있겠는가?“
하였더니,
“ 학사! 또한 그 것을 모르는 구려!”
하고 우삼동[雨森東]은 빙그레 웃었다.
학사(學士)란 일본인들이 제술관 신유한을 부르던 호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