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씨(33)는 최근 후회와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네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결혼 3년 만인 2006년 첫 아들을 출산한 김씨는 결혼생활 중 사업가인 남편 최모씨(37) 외에 애인 정모씨(34)를 두고 있었다. 김씨가 친구들과 함께 간 나이트클럽에서 우연히 만나 교제하기 시작한 정씨는 미혼남이다. 그런데 덜컥 임신이 됐다. 김씨는 아이의 아빠가 정씨일 것으로 믿었고, 이 같은 김씨의 확신은 아이가 네 살이 된 올해 초까지 계속됐다. 물론 남편 눈을 피해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온 정씨에게도 아이가 정씨의 혈육임을 일찌감치 알렸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 정씨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낌새가 보이자 김씨는 이제는 남편과 이혼하고 정씨와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씨는 남편에게 “아들은 당신 애가 아니라 내가 오랫동안 사랑해온 다른 남자의 아이”라며 이혼을 요구했다. 또 정씨에게는 “이제 우리 아이를 함께 키우며 셋이 함께 살자”고 말했다. 그리고 행여 정씨가 발뺌할까 봐 유전자 검사 업체에 아이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자신과 아이, 그리고 정씨가 함께 업체를 방문해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했다. 그런데 기막힌 일이 생겼다. 아이는 정씨의 혈육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이는 남편의 혈육인 것이다. 김씨로부터 이미 마음이 떠난 정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남편은 자신을 속이며 수년 동안 외도해 온 아내를 용서하지 않았다. 어이없는 확신 탓에 김씨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게 된 셈이다.
친자확인, 한 달에 500여 건 달해
유전자(DNA) 감식으로 친자확인을 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국적 획득을 위한 중국 교포들의 친자확인을 제외하고도 자기가 기르는 아이가 친자식인지를 의심해 유전자 감식을 의뢰하는 건수가 한 달 평균 500건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전자 감식은 DNA의 일부를 증폭해 지문처럼 사람을 구분해 개인식별에 이용하는 기술로, 친자감별·친족판별은 물론 강력범죄의 용의자 확인 등에 사용되는 기술이다. 혈액은 물론 머리카락, 입 안의 상피세포, 담배에 묻은 타액, 속옷의 얼룩 등으로도 감식할 수 있다. 유전자 검사 전문업체인 SLS의 김은영 책임연구원은 “일반인들의 유전자 검사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검사를 하려고 해 검사의뢰 건수가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며 “2000년대 초만 해도 80만~100만원 하던 검사비가 지금은 20만원대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유전자 검사를 통한 친자확인을 증가시키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결과 친자확인소송도 잇따라 2007년 기준 전국적으로 3020건에 이르고 있다. 친자확인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경우는 대부분 아내의 불륜과 유산문제가 관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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