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놓고 벌이고 있는 일본의 비이성적인 외교행태가 동북아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까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일본 관료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8월10일) 이후 같은 달 22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5일 “일본의 반대 입장이 미국에 전달됐다는 주장이 공식 확인되지 않았으나 개연성마저 배제할 수는 없다”며 “일본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라는 허상을 막연히 좇으면서 동북아 한·미·일 3각안보 공조체제를 균열시킬 수 있는 행태를 보인다면 이는 한국에 대한 또 다른 도발”이라고 우려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협상과 관련해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탄두 중량 증대 ▲대북 미사일 실시간 감시·정찰능력 확보 ▲미사일방어체제 정밀 보강 등 포괄적인 틀에서 안보 프레임을 짜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미사일 사거리에 대한 일본의 예기치 않은 ‘추가 도발’이 이 같은 큰 틀에서의 한반도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의 미사일 협상에 최근 악화한 한일관계가 다소 영향을 주는 것 같다”며 “미국도 한국에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해주는 게 좋은지 타이밍을 좀 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량파괴무기(WMD) 비확산 원칙을 중시하는 미국이 타결 직전까지 가 있는 협상에 잠시 주저하면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8월22일 미국 백악관·국무부 고위 인사를 두루 만난 자리에서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면서 이 같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반대 입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일본이 독도에 대한 감정적 대응과 함께 미국을 고리로 한 군사분야에서의 대한반도 영향력이 축소될 것을 우려했을 개연성 측면에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그동안 한·미 협상에 대해 우리에게 한번도 그 같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는데 뒤에서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 외교적으로도 심각한 결례”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가 연장되면 일본 열도도 사정권에 놓인다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미·일 3각 안보체제 속에서 일본이 기본적으로 우방인 데다 재일동포가 살고 있는 일본 땅에 우리가 미사일을 쏠 이유가 있겠느냐”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