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굳이 36년 동안의 쓰라린 식민 통치 기억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일본인은 우리와 정서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매우 다르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렇지만 일본인은 형제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우리와 혈연적으로 아주 가깝다. 현대 일본인은 약 2천년 전 한반도에서 바다를 건너가 정착한 이주민들의 후손이라는 유전자 분석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1백년 전부터 `변형 이론"이란 민족 형성 이론을 믿어왔다.
이 이론은 현대 일본인이 3만∼1만2천년 전에 중국 남부지방에서 이주해 온 단일 조상으로부터 점차 진화해 왔다는 가설을 토대로 하고 있다. 비록 야요이 시대(2천3백년∼1천7백년 전) 때 동북아인이 일본에 건너왔지만, 이들은 문화적 영향만을 주었지 유전학적으로는 거의 기여하지 않았다는 게 변형이론의 뼈대다. 그러나 아시아 4개국 분자유전학자들은 지난해 <아메리칸 저널 오브 휴먼 지네틱스>에 이 이론을 완전히 뒤엎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일본 국립유전학연구소 호라이 박사가 주도하고, 성신여대 박경숙 교수(인류유전학) 등 10명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남한 64명, 중국 66명, 일본 중부지방의 본토인 62명, 오키나와인 50명, 홋카이도의 아이누족 51명 등 모두 2백93명의 미토콘드리아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염기서열을 조사했다.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모계유전을 하고 돌연변이가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혈통 관계를 추적하는 `분자 시계"로 활용되고 있다. 조사 대상자들은 2백7개의 독특한 염기서열 유형을 갖고 있었는데, 한국인과 본토 일본인은 8개나 되는 유형을 공유했다. 더욱이 공유한 유형의 DNA 염기 서열을 가진 일본인은 14명(23%), 한국인은 17명(27%)이나 됐다.
반면 본토 일본인과 중국인 사이에는 겹치는 유형이 전혀 없었다. 또 본토 일본인은 아이누족과 4개 유형을 공유했지만, 두 집단에서 이 유형에 해당하는 사람은 3명 미만에 불과했다. 논문은 “한국인과 일본인의 유전적 거리가 영(0)이라고 할 만큼 높은 유사성을 보이는 데, 이는 한반도를 통한 이주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DNA의 특이성을 분석해 한반도 이주민이 일본인 형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도 추정했다. 그 결과 동북아 대륙에서 온 야요이족의 영향은 무려 65%에 달했고, 원주민인 아이누족과 오키나와인 영향은 35%에 불과했다. 결국 일본 원주민과 한반도에서 건너간 야요이족 사이의 융합이 야요이 시대가 시작된 2천3백년 전부터 1천4백년 전에 끝난 콜룬시대까지 계속되면서 현대 일본인을 형성했다는 게 이 논문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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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꽤 짧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