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르 샤르마 모간스탠리 신흥시장 세계거시환경부문 총괄사장베스트셀러 "브레이크아웃 네이션: 2022 세계경제의 운명을 바꿀 국가들"(표지)의 저자이자 모간스탠리의 신흥시장 세계거시환경부문 총괄사장인 루치르 샤르마
▶한국과 대만은 50년간 GDP 성장률이 연간 5% 넘은 유일한 국가들이어서 "금메달리스트" 국가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이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대만과 달리 한국은 경쟁력 있는 글로벌 브랜드와 광범위한 생산 기반을 갖췄기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더 높다. 수십 년 동안 한국은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유일한 제조업 수출국이다
―한국이 1인당 GDP 3만5000달러에서 수 년 동안 정체된 일본을 따라잡는데 대만보다 강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그런가.
▶한국은 2가지 방법으로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 GDP 성장과 화폐가치 절상이 그 방법이다. 원화가 저평가돼 있어 달러화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평가절상을 통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평가절상은 국내 서비스 경쟁력 향상과 경제 재구성을 유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만도 한국과 비슷한 트렌드를 밟겠으나 한국만한 규모로는 아니다.
―한국은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이 전체 GDP와 시가총액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단기성장을 이루는 데는 유리했지만 이제 양극화 걱정도 나온다.
▶한국의 대규모 기업집단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에서 핵심역할을 맡아왔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부채를 탕감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며 열심히 일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소득불평등이 확산됐지만 다른 많은 나라보다 한국은 정도가 덜 극적이다. 이머징시장에서 나라별 불평등 순위를 매겨보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문제가 덜하다. 한국사회는 매우 평등주의적이고 불균등에 대해 예민하다. 소득격차를 좁히기 위한 재정자금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이 위기 때 기존 시스템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밝혔다. 그렇게 보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위기의 순간에 한국을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모두 체제순응적인 성향이 강한데 한국에선 현상유지의 개념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위기가 닥치면 한국은 새로 적용 가능한 체제를 찾는데 분주한 반면 일본은 과거 체제를 붙들고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90년대 위기 때 두 나라의 차이점이 가장 극명히 드러났다. 일본이 파산한 기업을 살리려고 고군분투할 때 한국은 재빠르게 구조조정을 했다. 이런 경우는 정말 드물다. 위기에 민첩하게 움직이는 기동력은 통일 과정에서도 지켜보면 매료될 것같다.
―한국을 대만이나 일본과 구분 짓는 건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를 수용하는 자세라고 했는데.
▶한국인은 창업을 하기보다 오히려 조직 내에서 성과를 내고, 창의성도 조직 내에서 발휘하는 성향이 짙다. 원래 기업의 비대화는 창의적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인데 한국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하향식 경영을 선호하면서도 신기술, 온라인게임, 생명공학 등 신생사업, 심지어 한류드라마와 K-팝 등 예술분야에서도 한국인의 창의력은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이 지금까지 IT(정보기술)나 자동차, 조선 등 기간산업에 집중한 것은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90년대 아시아의 금융위기 때 국가적 "대청소" 작업은 한국 대기업들의 세계 진출을 가능하게 해줬다. 2000년 이후 이들 기업이 중국에 공장을 지어 비용 면에서 우위가 됐다. R&D(연구·개발)는 한 나라의 혁신과 변혁에 대한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인데 이 경쟁에서도 한국은 일본을 앞선다.
―한국이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 벤치마크할 만한 경제모델이 있다면.
▶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 중 1인당 GDP가 2만달러 넘는 나라는 지구상에 7개국뿐이다. 그만큼 큰 나라가 부유해지기는 어렵다. 한국은 그중 7번째로 그 위업을 달성한 국가고 일본을 제외하고는 아시아에서 유일하다. 한국보다 이 7개국에 먼저 진입한 나라들이 모두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이테크산업에서 한국이 따를 만한 좋은 모델이다. 하지만 나라마다 인구, 문화, 경제구조, 특성이 저마다 다르다. 다양한 나라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배우고 한국의 환경과 사이즈에 맞춰 도입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선례를 모방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만의 고유성이 핵심 강점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