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8월 15일 국립극장에서 문세광이 쏜 총탄에 육영수 여사가 맞고 쓰러지자 경호원들이 육 여사를 부축하려 뛰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박정희저격사건 관련 외교문서 27건 공개로 드러나
"국교단절" 카드로 일본 굴복 시도…미국이 나서 제동
[데일리안 김영욱 기자]지난 1974년 8월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문세광 사건)과 관련한 외교문서가 20일 30여년만에 공개됐다.
모두 15권 30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이 외교문서에 따르면 한국정부가 요청한 일본내 공범에 대한 수사협조와 신병인도, 그리고 조총련 규제에 대해 일본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준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문서에는 특히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일본 특사 등에게 "일본의 태도는 동양예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고, 당시 외무부는 일본과의 영사관계까지 단절시키는 전면적 국교 단절도 준비한 사실도 밝혀졌다.
단교 방침은 박 전 대통령이 그해 9월 19일 특사로 파견된 시이나 에쓰사부로 당시 일본 자민당 부총재와 만난 자리에서도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이번의 일본측 태도는 한국을 너무나 무시한 태도라고 본다"면서 "한때 일본 정부가 끝내 우리에게 이런 태도로 나온다면 우리는 일본을 우방으로 인정할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총련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재차 촉구하면서 "만약 불행하게도 이런 사건이 재발할 시 양국의 우호관계에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 것을 지극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사건 직후 한국 외무부는 일본 정부의 법률적 도의적 책임 여부를 놓고 적지않은 고민을 했으며 결국 법률적 책임을 묻기에는 국제법상 근거가 희박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무부는 이와 함께 8월 27일 ▲정부간 회의 제의 중단 및 지연 ▲스포츠 분야에서 홈 앤드 어웨이를 제외하고는 일본 원정경기 제한 등의 방침은 물론, 8.15 저격사건 특별외교 계획을 마련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 국제법 연구발표와 세미나 개최,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비롯한 과거 한일관계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는가 하면 언론을 통한 대일 여론공세를 추진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또 일본의 사과와 적극적인 협조를 받아내기 위해 미국에 대해서도 도움을 요청했으나 미국측은 오히려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단절할 경우 방위를 책임질 수 없다면서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동조 당시 외무장관은 9월 2일 에릭슨 미국 대리대사를 비공개로 면담,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와 기무라 외상에게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일본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비브 국무무 차관보는 9월 4일 주미 한국대사의 중재 요청을 받고 "제럴드 포드 당시 미국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에게 한국정부 입장을 브리핑하겠다"면서 "미국은 모두 우방인 두나라가 원만히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조용히 일본측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주문했다.
하비브 차관보는 거듭되는 한국측의 영향력 행사 주문에 12일 격앙된 어조로 "미국은 할만큼 했다"며 단호히 거절하면서 "한국의 `예정된 코스"에 대해 대충 보고를 받아서 알고 있지만 한국의 방위는 일본을 전제로 할 때만 가능한 만큼 한일관계가 깨지면 한국 방위도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아슬아슬한 한일관계는 시이나 특사의 방한을 약 1주일 앞두고 해빙되기 시작했다.
일본은 9월 14일 "시이나 특사가 조총련 규제에 대한 약속을 친서가 아닌 구두로 전달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고 결국 19일 천신만고 끝에 방한한 시이나 특사는 `보충설명"의 형식을 빌어 조총련 규제를 약속, 이 내용을 메모로 작성해 양국이 교환하는 것으로 논쟁은 일단락됐다.
외교부는 문세광 사건 관련 외교문서와 함께 보존기간 30년을 넘긴 육 여사 장례식 관련 외교문서 2권도 함께 공개했다.
외교부는 또, 육 여사 장례식 관련 문서 2권과 재일본 한국인 서승·서준식 형제 간첩사건, 포드 대통령 방한 등 보존 기간 30년을 넘기고 심의절차를 거친 29건에 대한 외교문서도 공개했다./ 김영욱 기자
-------------한국은 일본과 단교까지 준비했었던...(-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