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침체속 양사 성장세 두드러져시장지배력 확산 SW 기술 개발이 과제
■ 위기를 기회로 ‘세계1위 IT코리아’ - 휴대폰
지난달 16일. 지구 반대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09" 행사장에서 전세계 미디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수장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트리플 투 즉 연간 영업이익율 두자리수를 유지하면서도 2억대 이상을 판매해 사상최초로 시장점유율 20%를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안승권 LG전자 사장도 아예 "2012년까지 세계 휴대전화 2위에 오르겠다"며 거침없는 목표를 쏟아냈다. 세계 미디어들은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이 올해 15%가량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경쟁사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이나 비용절감에 나서는 등 극심한 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휴대폰 브랜드들은 움추러 들기보다는 본격적인 시장장악의 포문을 연 것이다.
노키아와 함께 이미 세계 휴대폰 시장을 3강 체제로 재편한 두 수장들의 발표이기에 무게감을 더했다. 이같은 과감한 도전의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삼성과 LG가 하반기 급격한 수요위축에도 불구하고 세계 휴대폰 빅 5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기록하며 세계 2, 3위 자리를 굳힌 데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선진시장에서 고가 터치스크린과 멀티미디어 컨버전스 단말이 인기를 모으고 있고 노키아가 철옹성 같은 위세를 자랑하던 신흥시장에서도 나름의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이제 해볼만한 싸움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남은 것은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다.
◇ 휴대폰 코리아 승승장구=2008년 세계 휴대전화 시장 판도는 노키아ㆍ삼성전자의 2강구도에 3위로 도약한 LG전자, 급락하고 있는 소니에릭슨ㆍ모토로라 등이 뒤를 잇는 `2강 1중 2약" 구도로 재편됐다. 수년전만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특히 경기 침체여파가 불어닥쳤던 탓에 삼성과 LG전자의 성장세를 더욱 돋보였다. 빅 5중 사실상 플러스성장은 두 회사밖에 없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전년동기대비 4.3% 향상된 18.3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LG전자도 1.7% 포인트 개선된 8.9%를 점했다.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은 14.1%, 8.4%로 두 회사 만이 성장세를 유지한 것이다.
반면 1위 노키아는 같은 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 15%에 달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8.4%의 점유율로 분기 4위를 기록한 소니에릭슨은 전년동기대비 판매량이 21.4%나 줄었다. 모토로라는 전년동기대비 판매량이 반토막나며 점유율도 12.4%에서 6.6%로 수직 추락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판매한 휴대폰은 모두 1억 9660만대. 이는 지난해 초 제시한 2억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점유율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치인 18%를 넘어서며 선전했다는 분석이다.
LG전자 역시 만만치 않은 성적표를 내놨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1억대 클럽에 가입하는 동시에 3위에 오르는 겹경사를 맞았다. 뿐만 아니라 2008년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집계된 휴대폰 판매대수, 영업이익, 매출부문 성장률 1위라는 3관왕을 달성했다.
이같은 괄목할 만한 실적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글로벌 감각을 갖춘 새로운 경영진의 등장이후 양사는 기술력을 축적하는 동시에 체질개선에도 성공했다는 평이다.
◇ 성공의 배경은 부단한 체질개선=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령탑에 오른 최지성 사장은 2007년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3GSM 전시회에서 "민심을 바꾸는데 1년이면 족하고 3년이면 늦는다"는 당태종 신하 위증의 말을 인용하며 1년내에 기술과 디자인, 감성을 결합해 새로운 성과를 내놓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는 또 이듬해 행사에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객군을 휴대폰 이용 방식에 따라 6개로 분류한 `6대 카테고리 전략"(Mobile for Every Lifestyle)을 발표했다.
최 사장이 시작한 스피드경영과 세밀한 수요분석, 맞춤형 마케팅 전략은 선진시장에만 국한된 프리미엄폰 메이커로 인식되던 삼성전자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휴대폰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게 했다는 평이다.
삼성전자측은 "휴대폰 소비자들은 단순히 기능이나 디자인만으로는 휴대폰을 선택하지 않는다"며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 노력을 경주했다고 강조한다. 삼성 휴대폰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강화하고 혁신적 UI 창조, 컨버전스 제품라인업 확대로 프리미엄시장에서 지배력 확대에 나선 것이다. 또 시장과 소비자 중심으로 조직과 시스템을 정비하고 신흥시장의 유통채널에 대한 투자와 사업자와의 관계개선에도 역량을 기울였다.
이같은 전략적 변화는 결과적으로 파죽지세의 성장세로 이어졌다. 특히 북미와 유럽시장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은 지난해 북미지역 부동의 1위를 차지했으며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선진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10월 이래 노키아를 제치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4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세계 휴대전화 업체들이 신제품을 가장 먼저 내놓는 유럽시장의 관문이라는 점에서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의 의미가 남다르다.
선진시장 뿐 아니라 신흥시장에서의 입지도 확대되고 있다. 세계에서 성장세가 가장 빠른 중동, 아프리카에서 성장세는 가히 고무적이다. 특히 아프리카 북서부의 마그레브 3국(알제리, 모로코, 튀니지)의 경우, 두배 가까이 점유율이 올라갔다.
제품면에서도 엔트리프리미엄에서 프리미엄 제품군에 이르는 풀라인업을 통해 휴대폰 시장 트랜드인 `고ㆍ풀ㆍ스(고화소폰, 풀터치폰, 스마트폰)"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소울에 이어 5월 터치위즈, 6월 옴니아 등 500만화소 카메라폰과 800만화소폰 이노베이트와 픽손을 내놨다. 작년 판매한 풀터치폰은 1000만대를 돌파했는데 전세계 판매량이 3700만대인 상황에서 세계 소비자의 4분의 1이상이 삼성 터치폰을 선택한 셈이다.
첨단 스마트폰과 멀티미디어 폰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전략폰 옴니아는 유럽대표 스마트폰으로 부상하며 프랑스와 독일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아이폰과 노키아, RIM(블랙베리)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햅틱 3인방은 누적 100만대를 넘어서며 국내 휴대폰 역사를 새로쓰고 있다.
LG전자의 호실적 이면에도 안승권 본부장 취임이후 도입된 다양한 전략적 변화가 반영되어있다. 특히 지난해 사상 첫 1억대 판매를 돌파한 것은 `고객 인사이트"에 기반한 터치폰과 메시징폰, 샤인폰 등 3대 전략폰들이 꾸준한 판매세를 보이며 텐밀리언셀러(1000만대)를 달성 한데 힘입었다.
회사측은 "모든 제품에는 고객이 진정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채용해야한다"며 "고객이 생각하지만 말하지 않는 취향을 정밀하게 파악해 제품개발이나 마케팅에 적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제품 생산성 향상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공용팔레트 시스템이다. 지난 2005년 청주와 서울 가산동 공장을 평택으로 일원화하면서, 한 라인에서 서로 다른 제품을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과거 모델별로 생산라인이 지정돼 수요가 많은 라인은 폭주하고 적은 라인은 재고가 쌓이는 불균형이 발생하자 각 휴대폰 크기에 맞는 유니버설 팔레트를 도입했다. 라인을 뜯지 않고도 손쉽게 탄력적 생산이 가능하게된 것이다. 또 2006년 중순께 도입한 도요타식 생산방식은 생산성을 30%이상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라인길이를 15% 축소해 이동거리나 사용공간을 줄였고 낭비요소를 철저히 제거했다. 도요타의 전매특허인 적시생산방식(JIT)을 통해 생산 전 과정에서 품질제고와 낭비요소 제거에 나선 결과가 가시화된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과거 경쟁사의 발목을 잡은 `1억대의 덫"에서 LG전자 역시 예외가 될 수없다는 비관론도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과 브랜드강화, 내부 효율화 역량이 쌓여있고, 향후 시장에 대한 세밀한 전략적 분석과 대응만 이뤄지만 결코 경쟁사의 전철은 밟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남은 과제=이제 관심은 올해이후 전략과 실행방안이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향후 노키아와 삼성전자, 그리고 LG전자의 3파전 양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있지만 경기불황으로 시장이 `제로섬 게임"의 양상을 띄게된 만큼 향후 전망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특히 휴대폰시장 경쟁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이들 두 업체가 플랫폼 지배력 확산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나아가 삼성, LG가 안정적 성장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신흥 저가폰 시장에서 입지확대가 여전히 절실한데, 이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잠식하는 요인이 되는 만큼 점유율과 수익성사이의 황금비율을 찾는 게 과제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LG는 휴대폰 뿐 아니라 TV, 컴퓨터, MP3 등 다양한 디지털기기와 LCD, 반도체 등 관계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컨버전스 추세에 있어 경쟁사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때문에 신흥시장에서의 입지와 플랫폼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인 이통사와의 관계나 멀티미디어 컨버전스에 더욱 힘을 쏟는다면 세계 시장 제패도 결코 먼 미래의 일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제품경쟁력으로 시장의 가격인하 압박을 헤쳐 나가면 충분히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안승권 LG전자 MC사업본부장도 "LG는 작년 3위에 올랐지만 비행기로 치면 아직 이륙조차 하지 않은 상태"라며 "올해 두자리 수 점유율을 달성하고 3년내 글로벌 2위에 오르는 것은 허황된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