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이석무 기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나갔던 한국 야구가 숙적 일본 앞에서 잠시 주춤했다.한국은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아시아라운드 2차전에서 일본에게 2-14,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반드시 한국이 이길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콜드게임이라는 결과는 대단히 충격적이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통해 최고조에 달했던 한국 야구의 자존심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패인은 여러가지였다. 우선 믿었던 "일본킬러" 김광현이 일본 타자들에게 농락당했다. 일본 타자들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광현에게 당했던 수모를 되갚기 위해 완벽한 준비를 하고 들어왔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던진다는 분석 하에 직구를 버리고 철저히 슬라이더를 노려 안타를 뽑아냈다.
거기에 김광현 본인의 컨디션과 구위도 썩 좋지 못했다. 대회 전 연습경기 때의 불안했던 모습은 실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김광현의 야구인생에서 이 날의 굴욕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 틀림없다.
거기에 타선도 일본의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이후 구원투수들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김태균의 2점홈런을 제외하고 한국 타자들은 일본 투수들의 노련한 투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우려했던 내야수비도 허점을 노출하면서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모든 면에서 변명의 여지가 필요 없는 완패였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공식 국제대회에서 11연승을 마감했다. 지난 해 3월 베이징 올림픽 예선전 마지막 대만전 승리를 시작으로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을 거쳐 WBC 첫 경기 대만전 9-0 승리를 포함해서 한국은 최근 11경기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은 것. 일본전에 앞서 마지막 패배는 베이징 올림픽 예선 캐나다전이었다.
계속된 성공가도에서 한국 야구의 자긍심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하지만 이번 일본전 패배는 한국 야구를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비록 한국 야구가 세계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세계의 벽은 만만치 않다는 것이 7일 경기를 통해 다시 확인됐다.
그동안 한국 야구가 일본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야구 실력 보다는 승부욕과 집중력에서 앞섰 때문이다. 실력차가 크지 않은 두 팀 간의 승부에서 정신적인 면은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다.
특히 단기전에선 더욱 그렇다. 1회 WBC에서 나온 이진영의 그림 같은 다이빙캐치나 베이징 올림픽 때 일본 외야수 GG 사토의 범실 등은 단지 야구 실력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병역혜택 등 외부적인 당근이 선수들의 승부욕과 집중력을 상승시키는데 도움이 됐음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번 일본전에서 한국은 승부욕과 집중력 모두 일본에게 완패했다. 일본 타자들은 한국 투수들을 철저히 연구하고 대비했다. 이치로는 한국 선발 김광현을 공략하기 위해 경기 전날 특별 타격훈련을 실시했다. 반면 다소 안이하게 경기에 임했던 한국타자들은 콜드게임을 눈앞에 두고도 끈질기게 따라붙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기량 뿐만 아니라 정신력에서도 완패를 당한 것.
축제는 이제 끝났다. 일본전 콜드게임 패배는 자만심의 늪에 빠질 뻔 했던 한국 야구에게 경종을 울렸다. 초반에 이렇게 큰 교훈을 얻었다는 것은 우리 선수들에게 오히려 다행이라 할 수도 있다. 잠시나마 마음을 놓았던 한국 선수들에게 일본전 패배는 정신무장을 새롭게 할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 본선 2라운드 진출 여부가 걸린 8일 중국전은 한국 야구의 새로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