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그런 선수들을 지켜보는 저 까지도 몸에 힘이 들어갈 정도였으니까요. 일본 선수들도, 또 한국 선수들도 서로의 훈련을 유심히 지켜보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습니다.
어제(7일)는 한국이 홈 경기였기 때문에 3루 덕아웃을 쓰며 먼저 훈련을 했습니다. 일본 선수들은 우리 선수들의 훈련이 끝날 무렵 도착해 몸을 풀기 시작했는데요.
흥미로운 장면 하나를 목격했습니다. 이승엽 선수의 동료로 더 유명한 아베 선수의 행동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더군요.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기 전 캐치볼을 하기 위해 베팅 케이지 옆으로 자리를 잡은 아베 선수는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한국 선수들을 향해 인사를 하더군요.
아쉽게도 인사를 하는 장면은 카메라에 담지 못했는데요... 이 사진은 모자를 벗어 고개를 숙이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특별히 아는 선수가 있어 그러는 것 같진 않았습니다. 그냥 덕아웃으로 뛰어가던 우리 선수들이 그의 인사에 잠시 움찔해야 했으니까요. 아마도 경기 전 상대를 하게 될 선수에 대해 예를 표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아베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다음에도 훈훈한 에피소드를 하나 남겼더군요. 올림픽이 끝나고 팀에 돌아온 뒤 동료들에게 이렇게 자랑을 했답니다.
" 우연히 화장실에서 김광현을 만났는데 나한테 " 곤니치와 " 라고 인사를 했어. "
아베는 일본 최고 인기팀인 요미우리의 주장을 맡고 있는 선수입니다. 대표팀에선 죠지마가 주전 포수지만 인기는 그에 못지 않은 선수죠. 하지만 그의 행동에선 그의 입지나 몸값이 어느정도인지 쉽게 가늠할 수 없더군요.
안면도 별반 없는 한국선수들에게 예의를 갖추는 그의 모습은 "인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승부의 시작은 상대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하는 거라는 걸 말이죠.
이전까지 일본 야구는 한국야구보다 한 수 위라는 우월감을 갖고 있었다면 이젠 동등한 경쟁자라는 인식 위에서 한.일전이 치러진다는 느낌을 받게 됐습니다. 어쩌면 일본 야구가 한국 야구를 인정하면서 진짜 승부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긴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아, 물론 우리 선수단이 요즘 몇번 이겼다고 일본을 무시하거나 했다는 소린 아닙니다. 김민호 수비 코치는 한국 공격 때 1루 코치석으로 가며 헬멧을 벗어 일본 선수단에 예를 표하더군요.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대만에 크게 이긴 뒤에도, 일본에 콜드게임 패를 당한 뒤에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 야구가 다 그런 것이다. "
그렇습니다. 공은 둥글고 야구는 늘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이 공존하는 스포츠 입니다.
상대가 누구건, 얼마만큼의 힘을 갖고있건 늘 한결같은 마음. 진정한 강팀으로 가는 첫번째 발걸음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