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한계에까지 밀어부쳐서 노력하는 스타일인데 그에 대한 보답이나 스스로의 만족을 얻지 못했어서 자책을 하게 된 것 같아
아이돌 선입견 깨고 싶었던 아티스트

종현은 아이돌 음악에 머무르는 샤이니를 넘고자 했다. 직접 작사, 작곡을 하는, 욕심이 많은 청년이었다. 그의 자작곡을 보면 후크송으로 대변되는 샤이니의 흔적을 지우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종현은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을 넘어 아티스트가 되고자 했다.
음악에 대한 고민과 열정은 그의 꿈이었지만 자신을 찌르는 가시이기도 했다. 종현은 언제나 전보다 나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픔이 클수록 깊고 좋은 곡이 나오는 법이다. 고인이 쓴 마지막 자작곡은 소속사 동료 태연과 함께 부른 ‘론리(lonely)’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감미롭지만 멜로디는 처연하다.
“나는 혼자 있는 것만 같아요. 우린 함께 있지만 같이 걷질 않아…” 생전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쓸쓸한 가사가 가슴을 친다. 종현은 음악을 통해 슬픔을 노래해왔다. 아이유와 함께 부른 ‘우울시계’도 종현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이다.
“우울하다 우울해 또 우울시계가 째깍째까”
.종현의 시계는 슬프게 흘렀다. 돌이켜보면 그는 음악을 통해 자신의 우울과 고통을 자주 얘기했다. 그러나 그 슬픔이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어둡고 깊은 것일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조금만 빨리 그의 슬픔을 눈치챘다면, 지금과 같은 비극이 벌어지지는 않지 않았을까. 음원 차트에는 고인이 남긴 곡들이 역주행하고 있다. 종현을 기억하는 이들은 빈소를 찾거나 음악을 들으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왜 진작 그의 슬픔을 알아채지 못했을까라는 나약한 죄책감과 후회일 것이다. 그러나 종현은 서둘러 우리 곁을 떠났다. 무심하게도.
종현이 마지막으로 연락을 취한 이는 친누나다. 생전 아버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는 고인은 누나와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특히 누나는 자신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혈육이자 친구였다. 자신의 마지막을 정리해줄 사람으로 누나를 선택했다. 동생의 마지막 메시지를 받은 누나는 현재 큰 슬픔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이 죽음을 선택하기 전 누나 다음으로 의지한 이는 그룹 디어클라우드 나인의 멤버 나인이다. 종현은 나인에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만약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유서를 대신 전해달라며 그에게 장문의 글을 남겼다. 이 글이 사실상 종현이 남긴 유서다. 유서에는 그의 고통이 오롯이 드러나 있다.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고인이 남긴 유서는 어쩌면 생전 사람들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종현은 검은 악마인 우울증과 스스로 싸웠다. 이겨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주로 우울한 정서의 곡을 작곡했던 건 이를 떨쳐내려는 의식과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종현은 청운대에서 실용음악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솔로앨범 ‘좋아’의 9곡 중 8곡을 만들 정도로 음악 작업에 몰두했다. 그러나 종현은 자신의 음악에 만족하지 못하고 “난 아닌 것 같다”며 늘 자책했다. 굴레에 빠진 종현은 자신을 미워했고, 조금의 실수도 용납치 않았다. 우울의 늪에 빠진 그는 결국 어둠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신을 놓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