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유가가 현재보다 50% 낮은 배럴당 20달러로 무너질 위험이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중국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 아라비아가 당장 다음달부터 원유생산을 늘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우디는 러시아와 감산 공조를 지속했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에 러시아가 추가감산을 반대하면서 글로벌 감산공조는 사실상 와해됐다.
코로나로 중국의 원유 수요가 급감하지만 주요 산유국들의 생산이 급증하며 유가는 올해 20달러선으로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가격 전쟁 포성…바닥 향한 질주"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의 비OPEC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무너지며 저가 공세가 촉발됐다고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은 미 석유업체 엑손모빌에서 중동관련 자문을 했던 알리 케데리의 발언을 인용, "올해 유가가 20달러로 향할 것"이라고 전했다.
원유컨설팅 드래고맨벤처의 케데리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2020년 유가 2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며 코로나 19에 지정학적 불안과 감산공조 와해라는 원투펀치가 더해졌다고 말했다.
두바이 최대은행 에미리트NBD의 에드워드 벨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산유국들이 증산 계획을 속속 발표하며 이제 가격 전쟁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한 수요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추가 감산을 논의하는 분위기가 급변하며 증산 논의가 급부상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 사우디·러시아 4월 증산 예고
지난 주말 사우디는 코로나로 인한 수요 급감에 추가 감산을 제안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추가 감산은 불발됐다. 이에 사우디와 러시아는 당장 다음달 증산을 예고했다.
8일 로이터에 따르면 추가감산 협상이 결렬되면서 사우디 석유공사 아람코는 다음달부터 일일 생산량을 1000만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감산 합의가 3월 말 종료되고 아람코는 증산을 결정했다"며 "산유량이 하루 1100만배럴에 육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람코의 일평균 산유량은 970만배럴로, 로이터 보도대로라면 아람코의 하루 원유생산량은 40만배럴 늘어난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 역시 "4월 1일자로 감산쿼터와 상관없이 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점유율 지키기 최우선
코로나 위기에 감산 공조가 무너지며 산유국들은 증산을 통한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한 셈이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전략은 원유시장의 안정화와 유가 지지보다 시장 점유율을 최우선하는 것으로 변경됐다고 CNBC방송은 진단했다.
벨 에미리트NBD 애널리스트는 "산유국들이 2분기부터 증산하면 막대한 원유가 시장에 풀릴 것"이라며 "산유국 전략은 가격 타기팅이 아니라 시장 점유율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감산연장이 불발된 지난 6일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10% 폭락해 배럴당 41.28달러를 기록했다. 영국북해의 브렌트유 역시 9% 넘게 밀린 배럴당 45.70달러에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