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눈" 훈련 현장 따라가보니 / 친화력 좋은 리트리버종서 선발 / 생후 7주 때 기초적인 복종 훈련 / 2년 동안 수차례 시험 등 치러내 / 모든 평가 통과 30∼40%에 불과 / 훈련사 "모든 공공장소 출입 가능 / 욕설 등 말고 너그러이 이해 부탁"

‘세계 안내견의 날’이었던 지난 29일, 경기 성남시 수내역 역사에서 만난 예비 시각장애인 안내견 주미는 지하철에서 내린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은 채 제자리를 지켰다. 주미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바라보던 박나래(36)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훈련사는 이내 “잘했어”라고 칭찬하며 주미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역사 밖으로 나와 마주한 횡단보도에서 주미는 일단 멈춘 채 주위를 살폈고, 인도를 막고 작업 중인 공사 차량 앞에서는 훈련사가 위험하지 않도록 옆길로 안내했다. 늠름하게 길을 인도하던 주미는 박 훈련사의 칭찬이 이어지자 기분이 좋은 듯 실룩샐룩 꼬리를 흔들었다.
6개월여 전부터 본격적인 안내견 양성과정을 밟고 있는 주미는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인 조이의 ‘학교 후배’다.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을 돕는 정식 안내견으로 선발되기 위한 1차 최종평가에서 최근 아쉽게 낙방한 주미는 오는 20일 최종평가 ‘재수’를 앞두고 다시 한 번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비 안내견들은 주미·조이와 같이 사람과의 친화력이 좋은 리트리버종 중에서도 품성과 혈통이 검증된 개들로 선발된다. 이 예비 안내견들은 생후 7주가 되면 사회화를 위해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1년간 위탁되며 이 과정에서 기초적인 복종 훈련 등을 받게 된다.
이후 안내견학교로 돌아온 예비 안내견들은 한 달가량의 훈련을 거쳐 안내견으로의 적합성 유무를 판단하는 ‘입학시험’을 치르게 된다. 시험에 합격한 예비 안내견들은 이후 6∼8개월 동안 전문 훈련사에게 하루 한 시간 정도 복종훈련과 지적 불복종훈련(위험 상황에서 주인의 지시와는 상관없이 위험을 회피하도록 하는 훈련) 등을 받는다. 훈련은 시각장애인들의 실제 생활공간인 도심 속 공원이나 상가·공공장소 등에서 진행되며, 훈련 중 적절한 대처를 했을 때 칭찬해 주는 ‘긍정강화’ 훈련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훈련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정식 안내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안내견학교의 모든 훈련사가 함께 참여하는 중간평가와 최종평가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시각장애인에게 분양된다. 박 훈련사는 “(평가에선) 크게 ‘안내견의 타고난 기질’과 ‘훈련내용에 대한 수행능력’, 그리고 ‘보행의식’에 대해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평가를 통과해 정식 안내견이 되는 경우는 전체의 30∼40%에 불과하며, 안내견으로서는 부적합하다고 판정된 경우에는 치료견이나 재활보조견 등의 적성에 맞는 다른 업무를 찾게 된다.
박 훈련사는 “이처럼 많은 노력을 기울여 키운 안내견인데, 공공장소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경우들을 보면서 큰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벌어진 조이의 국회 출입 논란 등을 놓고 박 훈련사는 “모든 공공장소에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을 만든 곳에서 논란이 된다는 것에 대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경기도와 서울시를 오가는 한 광역버스 운전기사가 안내견과 함께 탑승하려는 시각장애인 A씨에게 심한 욕설을 한 이후, A씨가 버스 탑승을 포기한 사례를 설명한 박 훈련사는 “(이럴 경우) 시각장애인분들도 큰 상처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안내견학교는 최근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훈련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시민들에게 몇 가지 부탁할 점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우종 안내견학교 차장은 “법적으로 훈련견도 모든 공공장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분도 종종 계시곤 하는데,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훈련 중인 아이들을 소리 내 부르기보다는 눈으로 예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