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일본인으로 태어나서 다행?](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07.19613731.1.jpg)
일본인과 결혼한 한국인 아내들은 남편이 일본의 국물요리를 먹으면서 “아~ 일본인으로 태어나서 다행이야”라고 말할 때 몸서리를 친다고 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나라 사람과 살고 있구나 새삼 느낀다는 것이다.
한국인도 젊은 혈기나 취기에 “조국 위해 이 한목숨…” 하고 핏대를 올릴 때가 없지 않지만, 찌개 국물 한 숟가락에 “으~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행이야”라는 말을 하진 않는다.
일본인들은 이런 말을 참 쉽게 한다. TV 여행 프로그램이나 먹방(먹는 방송) 출연자 역시 추임새처럼 이 멘트를 잘도 걸친다. 국가가 대단한 일을 해줘서 그런 게 아니다. 온천에 들어갈 때,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때처럼 아주 사소한 행복을 느낄 때 습관처럼 이런 말을 한다.
일본은 불과 할아버지 세대에 무모한 전쟁을 일으켜 자국민만 310만 명을 죽게 한 나라다. 해외 전장에서 사망한 240만 명 가운데 113만 명은 아직 유골도 수습하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불황 탓에 30년째 월급이 그대로인 국가이기도 하다.
이런 국가의 국민이 툭하면 일본인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라며 감동하는 모습을 보는 외국인의 심정은 묘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 오래 거주한 외국인들은 공통적으로 일본인을 선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질감을 느낀다고도 한다. 일본인들의 선의가 매우 자기중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본에선 선의로 한 행동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 인큐베이터의 아기가 추울까봐 핫팩을 넣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엄마, 병아리들을 따뜻하게 해준다며 뜨거운 차를 줘 죽게 한 할아버지 등 안타까운 실화가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다른 나라의 오해를 사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인은 못 믿을 민족’이란 일본인의 오해도 자기중심적 선의에서 잉태됐다는 분석이 많다.
상당수 일본인은 한국 식민지화가 선의였다고 믿는다. 서양 열강의 비참한 식민지가 될 뻔한 형제나라를 거둬들였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일본이 패망하기 무섭게 돌을 던졌다는 배신감이 ‘혐한’으로 나타났다는 게 일본인 심리의 요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