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G7 자격이 있을까
G7 정상들과 어색한 모습 보인 스가에”현재의 일본, G7 자격 있나” 의문 제기
과거 권위주의에서 못 벗어났다는 지적
올림픽 개최 여부에 민주적 의사결정 부재
지난달 11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스가 총리(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어색한 웃음. 화기애애한 각국 정상 옆에서 겉도는 모습. 뭔가 불편해보이는 자세….
지난달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보여준 모습이다. 이를 지켜본 일본인들 사이에선 이런 의문이 나왔다. “과연 현재 일본은 G7에 있을 자격이 있는가?”
일본이 G7 자격이 없다면 이유가 뭘까? 미국을 중심으로 한 G7 국가들이 중국에 맞설 대안으로 민주주의와 자유로운 경제를 기치로 내거는 와중, 일본은 그 중요한 정상회의에서 “도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해달라”는 말밖에 못 했다는 게 회의를 지켜본 이들의 인상이다.
스가 총리가 G7 다른 정상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트위터에서 주목받고 있다. 오른쪽은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사진=트위터)그 이면에는 일본이 민주주의 국가의 형식만 갖췄을 뿐, 과거 부흥을 이끈 권위주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과거에는 일본이 G7 참가 자격이 있었는지 돌이켜보면, 그런 측면이 있다. 일본이 처음 주요국 정상회의에 참여한 건 1975년이다. 당시에는 G7이 아니라 G6(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었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참여한 나라가 일본이었다.
일본은 선진국으로 평가받기까지 이벤트를 적극 활용했다. 앞서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뒤인 1964년 도쿄올림픽을 열어 패전국의 부흥을 알렸고, 1968년에는 옛 서독을 제치고 국민총생산(GNP) 2위 경제대국에 올랐다. 1970년 열린 오사카엑스포에서는 관객 6400만명을 동원하며 일본 경제성장을 도왔다.
1975년 프랑스에서 제1회 주요 6개국(G6) 정상이 모인 모습. 왼쪽부터 이탈리아, 독일, 미국, 프랑스, 서독, 일본 정상(사진=AFP)이 시절 일본인들을 일컫는 말도 있었다. 바로 “토끼집에 사는 모레쓰(猛烈, 맹렬) 샐러리맨”이다. 선진국 가운데선 주택 환경이 가난한 일본을 빗댄 말로, 다른 나라보다 최소 두 배는 비싼 값을 치르고도 안 좋은 집에 살면서 기업에 모든 걸 바치는 일본인이라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일본은 ‘일본주식회사’라 불릴 정도였다. 일본이라는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있어서는 민과 관, 기업 모두가 너나할 것 없었다. 모두가 주주인 셈이다. 그시절 일본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분위기 속에서 나의 성장을 곧 회사의 성장으로 여기고 필사적으로 일하는 나라였다.
1964년 도쿄올림픽, 1970년 오사카엑스포 등을 거쳐 경제성장을 이룬 일본 도쿄의 1972년 모습(사진=AFP)이런 성장 공식은 권위주의를 동반했다. 나보다는 국가를 우선하며, 공공의 목표를 위해서는 사소한 건 잠시 제쳐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며 차이를 좁혀나간다는 민주주의 대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일본의 민주주의가 ‘표면적 민주주의’로 급격히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일본 사회의 현주소다.
상징적인 사례가 도쿄올림픽 개최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이다. 4차례나 이어진 긴급사태 발령에 지친 국민들이 반발하고, 올림픽을 강행하면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질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경고했지만, “인류가 코로나19에 승리했다는 증거로 도쿄올림픽을 열겠다”는 스가 총리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낯선 G7 정상들 앞에서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스가 총리는 유독 자기 사람들 앞에서만큼은 불쾌감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한다. 올림픽을 중단해야 한다는 전문가 쓴소리에는 “자신이 총리인 줄 아는 것이냐”며 버럭하는가 하면, 코로나19 감염세가 심상치 않다는 후생노동상의 보고서를 책상에 던져버릴 정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