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의 정체된 임금, 디플레이션, 아베노믹스가 남긴 일본의 그늘이자 현주소다.
12일 일본 금융회사인 무샤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41개국 중 일본이 4번째로 초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디즈니랜드 입점이 가장 저렴하며, 일본의 빅맥 가격은 신흥국 가격과 대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쌌던 나라치고는 놀라운 하락세다. 어쩌다 일본이 이처럼 ‘값싼’ 나라가 된 걸까.
닛케이 금융전문기자인 나카후지 레이가 쓴 책인 ‘값싼 일본’은 지난해 3월 출간된 이래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일부 물가를 신흥국 수준으로 떨어뜨릴 정도로 여러 가지 인플레이션 대책이 실패한 현재의 일본을 암울하게 그리고 있다.
나카후지는 책을 통해 “일본이 관광에 의존하는 가난한 국가가 되는 과정에 있다”면서 “이 나라의 젊고 똑똑한 사람들이 더 나은 임금과 근무 조건을 갖춘 더 나은 직업을 찾아 일본을 떠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맞춰 조정된 실질 임금은 지난 30년 동안 대부분 하락했으며, 실질적으로는 20년 전과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즉, 거시적 차원에서 일본은 물가뿐 아니라 인적자원 측면에서도 "값싼" 국가가 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학 졸업생들의 초봉이 형편없이 낮으며, 현재의 인력 부족을 악화시키는 두뇌 유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윌리스타워스왓슨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전 세계 대학 졸업생들의 기본 연봉을 조사한 결과, 미국은 평균 629만 엔, 독일은 531만 엔, 프랑스는 369만 엔, 한국은 286만 엔으로 나타났다. 일본 대졸자 초봉은 262만 엔으로 114개국 중 4번째로 낮았다.
또 이같은 장기불황은 일본의 고용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17년 비정규직 현황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5,460만 명 가운데 37.3%에 달하는 2,036만 명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임금노동자 10명 중 4명은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으로, 1980년대 일본 노동력의 15%에서 현재 거의 40%로 증가했다.
정규직 근로자는 일반적으로 시간당 2,500 엔을 벌지만 임시직 근로자는 시간당 1,660 엔, 파트타임 근로자는 시간당 1,050 엔만 받는다. 비정규직은 회사 건강보험이나 정규직의 특전을 거의 받지 못한다.
아베노믹스의 산물인 엔저의 초장기화도 일본 경제의 침체의 한 축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달러 환율은 115엔대로,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120엔대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엔저가 장기추세다 보니 기업 수익이 해외자산화되고, 이러다보니 일본 내 임금은 오르지 않게 된다. 그 사이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