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예상밖 마이너스 성장 … 돈풀기 소용없었다
4분기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엔저에도 수출 지지부진
물가 상승에 지갑 닫힌 탓

일본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4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글로벌 긴축 기조에도 일본은행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금융 완화를 지속했지만, 물가 상승과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수입이 늘면서 경제성장률의 발목을 잡았다.
15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올해 3분기(7∼9월)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3%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1년간 계속된다고 가정해 환산한 연율로는 -1.2%의 성장률이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작년 3분기 -0.6%를 기록한 이후 플러스를 유지해왔는데 1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내려앉았다.
3분기 일본의 경제 성적표는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닛케이퀵이 일본 주요 연구소들의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중앙값) 3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2%(연율 1%)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3분기에 일본 경제가 예상보다 저조했던 것은 개인 소비와 설비 투자 등 내수의 회복이 더뎠던 데다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지난 2분기 1.2%였던 실질 개인 소비 증가율은 3분기에 0.3%에 그쳤다.
코로나19 규제가 상당 부분 완화됐지만 팬데믹 여파가 남아 소비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제 원자재·에너지값이 상승하고 엔화 가치 약세로 물가가 오르면서 일본 국민의 소비 심리도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0.6%였으나 4월부터 2%대로 올라섰고 9월에는 3%를 기록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소비세 인상 효과가 있었던 2014년을 제외하면 31년여 만에 최고치다. 가계수입 추세를 보여주는 실질 고용자보수는 3분기에 1.6% 줄며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는 양상을 보였다.
설비 투자 회복이 지연되는 것도 눈에 띈다. 2분기 2.4%였던 설비 투자 증가율은 3분기에 1.5%로 둔화됐다. 설비 투자액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수준과 비교할 때 4.8%가량 밑돈다. 건축 자재값 상승의 영향으로 3분기 주택 투자는 0.4% 감소했다.
3분기 수출이 1.9% 늘어난 데 비해 수입은 5.2% 증가한 것도 성장률에 영향을 미쳤다. GDP 산정에서 외부 수요에 해당하는 순수출(수출-수입)이 0.7% 줄어들며 GDP를 끌어내렸다.
일본은행의 경기 활성화 정책에도 소비와 설비 투자 등이 기대만큼 크게 살아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올 들어 여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일본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단기금리를 -0.1%로 유지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 완화를 고수해왔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 완화는 엔저의 원인으로 작용하며 물가를 올리는 요인도 되고 있다. 올해 초 달러당 115엔 수준이었던 엔화 가치는 지난달 32년 만의 최저치인 151엔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해외 경제도 둔화되고 있어 향후 일본 경제의 불투명성이 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기 위해 각국이 금리 인상 등 금융 긴축에 나서며 글로벌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시장 조정 등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꺾인 점 등이 일본 경제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편 닛케이가 상장 제조기업 1110곳의 올 회계연도 하반기(올해 10월~내년 3월)의 순이익 전망을 분석한 결과 엔저가 기업 수익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감소한 데다 원자재값 상승 영향이 더해져 전년 동기보다 2%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