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성생활은 사치” 일본 이대남 40%는 초식남 넘어 절식남
▲ 올해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중 40%가 데이트 경험이 없었다. [사진=日テレnews 유튜브 캡처]“2030 남성 10명 중 4명 가까이 연애 경험 전무”
일본 내각부는 매년 ‘남녀 공동 참획 백서라는 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내놓은 2022년판 백서는 ‘인생 100세 시대 결혼과 가족’이라는 테마를 다뤘는데, 평소보다 특히 주목을 많이 받았고 아직도 화제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수백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미혼 남녀의 연애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20대 남성의 연애 경험에 대한 설문 결과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일본 20대 남성 중 39.8%, 즉 40%가 ‘데이트 해본 상대가 0명’, 즉 연애 경험이 전무하다고 응답했기 때문입니다. 30대 남성에서도 34.1%가 이같이 응답해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여성은 20대 25.1%, 30대 21.5%가 연애 경험이 없다고 응답). 게다가 20대 남성 중 70%는 ‘현재 배우자 또는 사귀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일본 젊은 남성들의 연애 기피 현상에 대해서는 이미 과거 수차례 보도된 바 있어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20대 10명 중 4명이 연애 경험이 단 한 차례도 없다는 소식은 연애 기피 현상이 통념보다 더 심각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습니다.
▲ [그래픽=조보라]이 같은 설문 결과에 대해 일본의 일부 기성세대는 결국 젊은 남성들의 ‘초식화’가 문제라는 인식을 보였습니다. 초식화란 일본에서 2000년대 후반에 등장했던 오래된 용어로 연애나 성에 대해 소극적인 젊은 세대, 특히 남성을 비판적으로 지칭하는 말로 아직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일본 젊은 남성들이 적극적이지 않고 연애를 기피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도 있습니다. 애초에 젊은 남성 중 연애를 하는 이는 수십 년 전에도 10명 중 3명이 채 안 될 만큼 소수였기에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를 기피하게 된 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자칭 독신 연구가라는 아라카와 가즈히사 씨는 일본 주간지 ‘더 프레지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시대든 연애를 하는 젊은 남성 비율은 30%가 안 됐다”며 이를 ‘연애 강자 30%의 법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통계적으로 보면 지난 수십 년간 연애 강자 30%, 연애 약자 30%, 어느 쪽도 아닌 이들 40%라는 비율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예나 지금이나 어떤 환경에서든 연애 경험이 많은 남성은 적었고 이에 반해 연애 경험이 전무한 이가 훨씬 많았던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당연한 얘기지만 연애 능력도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누구나 다 갖출 수 있는 건 아니며 여성 역시 남성과 큰 차이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그래픽=조보라]그러나 대부분의 사회학 연구자들은 최근 10년간 일본 20대 젊은 층의 연애와 성 경험률이 확실히 하락 추세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리쓰메이칸대 산업사회학부 쓰쓰이 준야 교수는 일본 성교육협회가 1974년 이후 6년마다 미혼 남녀의 성 경험 비율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 자료를 예로 듭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대 남성은 물론 20대 여성의 성 경험 비율은 1974년 이후 상승 곡선을 그리며 2005년 정점에 도달한 뒤 줄곧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7년 조사에서 성 경험이 있는 20대 비율은 남녀 모두 2005년 대비15%포인트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 경험뿐 아니라 데이트, 키스 등 연애와 관련된 다른 행동의 경험 비율도 역시 비슷한 하락 곡선을 보였습니다. 최근 몇 년 새 일본의 연애 기피와 혼인율 저하 현상이 더 확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내년 조사에서 해당 비율은 더 떨어질 공산이 큽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발표한 통계에서도 ‘애인이 없는 20대’의 비율이 2005년 전후 계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성교육협회의 통계와 부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쓰쓰이 교수는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볼때 2005년 전후를 정점으로 일본 젊은 세대의 연애 활동이 덜 활발해지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사진=연합뉴스]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4가지 요인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일본 젊은 세대, 특히 남성의 경제적 빈곤 확대, 초식화 등 연애에 대한 태도 변화, SNS와 엔터테인먼트의 발달로 혼자서도 충실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환경 변화, 코로나19에 따른 대면 만남 기회의 감소 등입니다.
경제적 빈곤은 연애 기피 현상과 관련해 가장 자주 언급되며 유력시되는 요인입니다. 내각부 백서에 따르면 현재 일본 1인 가구 남성의 30%, 여성의 50% 이상은 연 수입이 300만엔(약 2900만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특히 20대는 30·40대보다 미취업 상태이거나 비정규직인 비율이 높아 생활이 빠듯한 사람이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20대에서 유독 결혼은 물론 연애를 사치품, 즉 가성비가 떨어지는 행위로 보는 경향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계약직 신분이라는 한 20대 남성은 연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빠듯하게 사는 와중에 돈과 시간을 써야 하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경제 문제가 일본 20대의 연애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고학력·정규직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일본 20대 사이에서도 가성비를 따지며 연애를 기피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전체 추세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경제적 여건보다 연애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 자체가 변한 게 크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오오모리 미사 도쿄가정대 교수는 “연애를 하려면 상대방을 위해 돈과 시간, 정신적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과거 보다 방어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에는 일정 시기가 되면 응당 이성을 만나 결혼하는 것이 당연시됐지만, 최근에는 그런 당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흔한 광경이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한 가지가 아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쓰쓰이 교수는 “단순히 어느 한 가지 요인 때문이라면 이미 해결책을 찾았을 것”이라며 “복잡하게 얽힌 요인을 파악하고 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