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스포츠’ 국책 일본

’스포츠기본법’으로 국가전략으로 부상
여기에 법안 통과와 같은 달 열린 여자월드컵은 스포츠의 의미를 ‘부흥’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일본 여자축구대표팀은 ‘나데시코 재팬’으로 불렸는데, 여기서 나데시코는 ‘패랭이꽃’을 의미하며 일본여자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런 나데시코 재팬의 독일 여자월드컵 우승은 실의에 빠져 있던 일본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당시 간 정권은 스포츠의 가치를 재발견해 적극적으로 부흥과 스포츠를 연계시키기 시작한다. 간 나오토 총리는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우승한 다음달 이례적으로 ‘국민영예상’을 수여하며 “재난을 겪은 사람들과 모든 국민들에게 어려움에 맞서는 용기와 감동을 줬다”며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의 IMF외환위기 직후 주목받은 스포츠 스타들(박찬호, 박세리 등)이 생각나는 지점이다.
성립된 ‘스포츠기본법’ 전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포함됐다. ‘국제경기대회에서 일본인선수의 활약은 국민에게 자랑스러움과 기쁨, 꿈과 감동을 주고 국민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이를 통해 스포츠는 우리 사회에 활력을 만들어내고, 국민경제 발전에 폭넓게 기여한다’, ‘스포츠입국의 실현을 목표로 해 국가전략으로서 스포츠에 관한 시책을 종합적이고 계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이 법률을 제정한다’. 스포츠는 더 이상 개인이 즐기는 게 아니라 ‘국가전략’이 됐다는 사실을 천명한 셈이다. 특히 국가가 ‘법제상, 재정상, 세제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명문화됐다.
내셔널트레이닝센터사진 (출처 : 아지노모토내셔널트레이닝센터홈페이지)
참고로 해당 법안과 직접적 관련은 없으나 비슷한 시기(2008년) 시설을 새롭게 바꾼 ‘내셔널 트레이닝 센터(NTC)’도 도쿄도 내에서 개장한다. 식품기업 아지노모토 지원으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해, 2012년 6월 패럴림픽 대표팀이 처음 사용한다. 합숙시설이나 각종 실내외 경기장이 갖춰져 있는 곳이다. 특히 최근에는 선수들이 코로나로 방해받지 않도록 최대한의 시설을 갖췄다고 한다.
스포츠청 홈페이지 캡처
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늘 문제시되어온(되고 있는) ‘행정조직 권한의 분산’을 극복해야할 과제로 제시했다. 즉 스포츠 정책에 관해 몇 개 부처에 권한과 역할이 복잡하게 뒤얽힌 걸 폐단으로 지적하고 ‘스포츠 행정기관 창립’을 주문했다. 이는 더욱 노골적으로 스포츠와 국가의 관계를 활용하려 했던 아베정권기에서 현실화한다. 2015년 10월 ‘스포츠청’이 문부과학성 산하에 하나의 관청으로 독립해 탄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예산도 크게 늘었다. 스포츠청이 생기기 전인 2014년 선수들의 ‘경기력향상사업’에 사용된 예산은 40억엔대였으나 지난해에는 100억엔대로 2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아사히신문 2019년 3월 15일 등 종합). 2016년에는 금메달 상금(일본올림픽위원회 지급)이 기존 300만엔에서 500만엔으로 높아졌다.
또한 극우 인사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2006년부터 ‘국위발양’을 이유로 추진하다 좌절을 거듭하던 도쿄 올림픽 구상도 구체화됐다. 도쿄는 원래 2016년 올림픽을 목표로 했지만 2009년 IOC투표에서 큰 표차로 좌절을 맛본다. 이후 2011년 민주당 정권하에서도 이시하라는 2020년 올림픽 후보에 재도전한다. 이듬해 도지사는 교체됐지만 올림픽 구상에 꽂힌 아베 정권의 적극적 지원으로 구상이 실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