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있는 지옥을 걸었다.
버마는 우리의 공식적인 무덤이었다.
총알보다 굶주림이 더 무서웠다.
밤새도록 동료의 신음 소리만 들렸다.
우리는 이미 군인이 아니었다.
보급은 꿈속에서나 가능했다.
말라리아가 부대를 통째로 삼켰다.
물이 없어 소변까지 마셔야 했다.
풀뿌리와 벌레가 주식이었다.
대본영은 우리를 버렸다.
임팔의 흙은 피로 젖어 있었다.
나는 죽은 눈으로 하루를 버텼다.
살아남은 것이 오히려 수치스러웠다.
전투보다 도망이 일상이었다.
시체를 밟고 걸어야 했다.
하루에 수십 명이 쓰러졌다.
정글은 우리를 천천히 질식시켰다.
정신력으로는 배고픔을 이길 수 없었다.
동료의 죽음을 보고도 울지 못했다.
나는 인육을 먹을 뻔했다.
광기가 우리를 지배했다.
정글에는 희망이 없었다.
군가는 거짓말이었다.
가족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모기가 가장 무서운 적이었다.
위생병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우리는 버려진 개와 같았다.
명예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다.
총알이 아까워 자살도 못했다.
식량을 훔치다 동료에게 맞았다.
이 작전은 처음부터 무모했다.
죽음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내 몸은 뼈만 남았다.
물귀신처럼 나를 잡아당기는 손들.
살아있는 죄책감을 안고 산다.
상관은 먼저 도망쳤다.
우리는 왜 싸웠나?
신념은 이미 부서졌다.
환영 속에서 엄마를 불렀다.
고향의 밥 한 그릇이 꿈이었다.
일본의 영광은 없었다.
버마의 태양은 우리를 태워 죽였다.
우리 부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혼자 살아남았다.
이 비참함을 누가 알까.
총을 버리고 싶었다.
하루하루가 연장된 고문이었다.
친구의 이름도 잊어버렸다.
우리는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았다.
산 채로 썩어갔다.
굶어 죽는 소리는 비명과 다르다.
일본 본토의 평화가 역겨웠다.
인간의 존엄은 거기 없었다.
내 손으로 흙을 퍼 먹었다.
정글은 걷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명령은 우리를 사지로 몰았다.
적은 질병과 기아였다.
연합군은 우리보다 강했다.
패배는 예정된 것이었다.
이빨이 전부 빠졌다.
전쟁을 미화하지 마라.
우리 희생은 아무 의미 없었다.
밤마다 죽은 자들이 찾아온다.
일본군의 위대함은 거짓이었다.
모두가 미쳐 있었다.
나는 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내 눈은 아직도 정글 속에 있다.
가장 비참한 전쟁이었다.
물만 있으면 살 수 있었다.
버마의 풀은 왜 이렇게 독한가.
돌아오지 못한 동료들이 불쌍하다.
우리는 잊혀진 존재들이다.
정글은 소리 없이 우리를 집어삼켰다.
모두가 자기만 생각했다.
공포는 나의 그림자였다.
이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는다.
아직도 진흙 냄새가 난다.
전쟁은 인간을 악마로 만들었다.
나는 군인이 아니라 생존자다.
우리는 왜 그곳에 갔어야 했나.
총을 들 힘조차 없었다.
모든 것이 헛된 희망이었다.
병원의 악취는 잊을 수 없다.
열병에 시달리다 정신을 놓았다.
내 몸은 수많은 벌레의 집이었다.
살아있는 자는 죽은 자에게 빚졌다.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
지휘부는 우리 상황을 알았을까?
이 모든 것이 거짓말 같기를 바랐다.
버마의 강은 시체를 실어 날랐다.
우리는 버려진 패잔병이었다.
내 친구는 내 눈앞에서 죽었다.
나는 그를 도울 수 없었다.
생존자라는 꼬리표가 무겁다.
명령 불복종이 살 길이었다.
희생이 미덕인 시대는 끝났다.
평화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계속해서 도망칠 것이다.
버마의 밤은 아직도 나를 쫓는다.
이 참혹함을 역사에 기록하라.
숲이 숨을 쉬지 않았다.
나도 숨을 쉬지 못했다.
물이 썩어가는데, 우리도 함께 썩어갔다.
하늘은 늘 희뿌옇게 울고 있었다.
나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명령만이 길이었다.
발밑의 진흙이 우리를 잡아당겼다.
병사들은 말없이 행진했다.
말이 줄수록 공포는 커졌다.
얼굴에 붙은 땀과 흙이 구분되지 않았다.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번호가 되었고, 명부의 한 줄이 되었다.
총보다 모기가 더 무서웠다.
열이 오르면 정신이 녹아내렸다.
약은 없었다. 기도만 있었다.
신을 찾는 사람보다 고향을 부르는 이가 더 많았다.
나는 매일 마음속으로 일본 바다 냄새를 떠올렸다.
그러나 바다는 너무 멀었다.
숲이 벽처럼 가로막았다.
밤마다 짐승들의 눈이 반짝였다.
배는 고팠고, 말은 사라졌다.
풀잎을 씹으며 살아남았다.
인간의 목소리보다 바람의 소리가 더 많았다.
이곳에서는 시간조차 병들어 있었다.
시계를 봐도 하루가 얼마나 긴지 알 수 없었다.
전우의 얼굴이 점점 사라졌다.
어느 날, 내 옆자리의 그가 조용히 쓰러졌다.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가 떠난 자리에 밥그릇만 남았다.
밥이 아니라 슬픔을 삼켰다.
병사들은 서로의 눈을 피했다.
내일 누가 사라질지 몰랐기 때문이다.
총소리가 멎은 후에도, 귀에서는 계속 울렸다.
손에 쥔 총은 점점 무거워졌다.
싸움이 아니라, 살아남는 게 전부였다.
길이 끊기면, 마음도 끊어졌다.
강을 건널 때마다 누군가 떠내려갔다.
물은 냉정했다. 아무도 붙잡지 않았다.
그 강을 건너며 나는 세 번 울었다.
처음은 두려워서, 두 번째는 고독해서, 세 번째는 이유 없이.
나무 아래서 잠들면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잠과 죽음의 경계가 사라졌다.
열병이 오면 이름도 잊었다.
언젠가 내 몸도 숲의 일부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 얼굴이 떠오르면 눈물이 났다.
전쟁은 인간을 흙으로 만든다.
흙 속에서 인간은 사라지고, 죄책감만 남는다.
누가 이 길을 택했는가 묻고 싶었다.
대답은 바람 속으로 흩어졌다.
우리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러나 마음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고향의 벚꽃이 피었다.
눈을 뜨면 시체가 피었다.
봄은 오지 않았다.
버마의 봄은 흙냄새였다.
전우의 노래가 마지막 위로였다.
그는 병들어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노래는 아름다웠다.
그 노래를 들으며 나는 울었다.
울음이 허락된 건 그 순간뿐이었다.
사람들은 점점 말을 잃었다.
우리는 침묵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었다.
눈빛이 인사였다.
걸음이 기도였다.
어느 날, 명령이 내려왔다.
철수라고 했다.
그러나 돌아갈 길은 없었다.
남은 자는 모두 병자였다.
걷는 것도, 숨쉬는 것도 고통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걸었다.
숲이 끝나자 강이 있었다.
강 건너는 낯선 세상이었다.
나는 그곳을 천국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도 도착하지 못했다.
그때 깨달았다. 천국은 끝이 아니라 기억 속에 있었다.
나는 그 기억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손끝에서 미끄러졌다.
기억도 나를 떠났다.
남은 건 뼈와 바람뿐이었다.
바람은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누군가 말했다, “우린 왜 싸우는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발자국이 이어졌다.
발자국은 점점 희미해졌다.
그 자리에 새로운 숲이 자랐다.
숲은 우리의 비명을 삼켰다.
세월이 지나면 아무도 이곳을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래도 나는 남기고 싶었다.
우리가 살았다는 흔적을.
우리가 인간이었다는 증거를.
지금도 버마의 흙은 따뜻하다.
그 안에 누워 있는 자들의 숨결 때문이다.
나는 살아 돌아왔지만, 내 안의 일부는 거기 남았다.
그 잃어버린 나를 지금도 찾고 있다.
버마의 밤이 내 꿈에 찾아온다.
그곳에서는 아직도 전우들이 행진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속삭인다.
그 이름들이 별처럼 떠오른다.
나는 그 별들 밑에서 다시 묻는다. “무엇이 옳았는가.”
대답은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