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X년 X월 X일 - 제목: 하늘길은 이미 나의 것
오전 08:30 - 기상 및 시황 확인
눈을 뜨자마자 HTS를 켠다. 아시아나 합병 뉴스가 또 메인을 장식했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아직 도장을 다 찍은 건 아니라고 하지만, 내 마음속엔 이미 태극 문양과 색동저고리가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무지개를 만들었다.
오전 10:00 - 상상 속의 퍼스트 클래스
출근길 지하철 2호선. 사람들에 끼여 가고 있지만 내 정신은 이미 **"대한아시아나(가칭)"**의 A380 퍼스트 클래스 스위트룸에 앉아 있다. 옆자리 승객이 내 어깨를 쳤지만 허허 웃어주었다. "괜찮습니다. 미래의 대주주(희망사항)는 사소한 일에 화내지 않으니까요."
오후 12:30 - 점심시간의 허세
동기들이 김치찌개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나는 조용히 메뉴판을 덮으며 말했다.
> "난 이제 비빔밥 아니면 안 먹어. 그것도 하늘 위에서 먹는 그 맛이 아니면 의미가 없거든."
> 동기들이 미친놈 보듯 쳐다보지만 상관없다. 너희가 "독점적 지배력"의 맛을 아니?
>
오후 03:00 - 김치국 한 사발 추가
합병만 완료되면 마일리지는 어떻게 될까?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아시아나 타던 곳까지 싹 다 갈 수 있겠지?
혼자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지금 가진 주식 수익률이 300%를 찍으면, 전 세계를 내 집 안방처럼 드나드는 상상을 한다. 아, 파리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고 바로 뉴욕 가서 저녁 먹는 동선... 벌써 피곤하네. 이게 바로 "글로벌 메가 캐리어" 주주의 삶인가.
오후 06:00 - 퇴근길의 다짐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평소라면 수입 맥주 4캔 만 원을 골랐겠지만, 오늘은 특별히 가장 비싼 프리미엄 맥주를 집어 들었다. 계산대 점원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거... 기내 서비스로 도입하면 좋을 것 같네요."
점원이 이상하게 쳐다보길래 얼른 계산하고 나왔다.
오후 11:00 -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본다. 천장이 점점 활주로로 변한다.
영국 CMA, 미국 DOJ... 형들이 승인만 해준다면 내 인생의 이륙은 시간문제다.
"기장님, 풀 악셀(Full Throttle) 밟아주세요. 저 상한가 가야 합니다."
오늘도 나는 대한항공 주가 그래프를 이불 삼아 행복한 꿈을 꾼다.
내일은 제발 파란색 말고, 저 높은 하늘 같은 파란색(?? 아차, 이건 하락인데) 말고! 빨간색 엔진 불꽃을 뿜으며 날아올라 주길!
오늘의 교훈: 김치국은 사발로 마셔야 제맛이다. 하지만 주식 계좌는 가끔 차가운 생수로 식혀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