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에도시대의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하라"는 통치 철학이 오늘날 일본의 세금과 사회보장 제도에도 흐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통찰은 매우 예리합니다. 실제로 많은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들이 현대 일본의 시스템이 **"국민의 저축과 축적"보다는 "시스템의 유지"**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지적하곤 합니다.
현재 일본의 상황을 에도시대 시스템과 비교하여 분석해 드릴게요.
1. 현대판 연공(세금): "고부고민(五公五民)"의 재림?
에도시대에 수확의 50%를 세금으로 내던 "오공오민"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최근 일본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 용어가 다시 유행하고 있습니다.
국민부담률의 상승: 소득세, 주민세에 더해 건강보험, 연금 등 "사회보험료"를 합친 **국민부담률이 약 45~48%**에 육박합니다. 벌어들인 돈의 거의 절반이 국가 시스템 유지로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보이지 않는 세금: 직접적인 세금보다 사회보험료(의료, 연금)의 상승폭이 훨씬 큽니다. 이는 국가가 "복지"라는 명분으로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강제적으로 통제하는 현대판 "연공"과 유사한 성격이 있습니다.
2. 축적이 어려운 구조: 저물가·저임금의 덫
에도시대 농민들이 잉여 생산물을 축적하지 못하게 했듯, 현대 일본의 경제 구조도 개인의 자산 형성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30년 정체된 임금: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제자리걸음인 상황이 수십 년간 지속되었습니다. 이는 국민들이 큰 부를 쌓기보다 **"현재의 생활 수준을 겨우 유지"**하게 만듭니다.
저축에서 투자로의 강요: 일본 정부는 최근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등을 통해 저축 대신 투자를 권장합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국가가 더 이상 연금으로 너희의 노후를 책임지기 힘드니, 각자 알아서 각자도생하라"**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3. "메이와쿠(민폐)" 문화와 사회적 감시
에도시대 **고닌구미(五人組 오인조)**의 상호 감시 정신은 현대 일본의 "동조 압력"과 "민폐 문화"로 계승되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수동적 순응의 유지: "남과 다르게 행동하면 손해를 본다"거나 "국가의 방침에 토를 달지 않는다"는 태도는 대규모 시위나 저항이 적은 일본 사회의 특징을 만듭니다.
시스템의 안정성: 이 수동성은 국가 입장에서는 매우 다루기 쉬운 "근면한 노동력"을 제공합니다. 패전 후 한강의 기적 이전에 있었던 "일본의 기적"도 이러한 일사불란한 수동적 근면함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4. 차이점: 강제가 아닌 "세련된 통제"
에도시대와 지금의 결정적인 차이는 **"선택권의 유무"**입니다.
과거에는 물리적 폭력과 이동의 제한이 있었지만, 지금은 교묘한 경제적 설계와 사회적 분위기를 통해 국민들을 시스템 안에 묶어둡니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세금과 보험료, 높은 주거비 때문에 "중산층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설계된 측면이 있습니다.
요약
질문하신 대로, 현대 일본의 시스템 역시 국민 개개인이 거대한 부를 축적하여 독립적인 힘을 갖기보다는, 국가라는 거대한 기계의 부품으로서 "죽지 않을 만큼의 생활"을 영위하며 계속해서 노동력을 제공하게끔 설계된 측면이 분명히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