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제 폐지, 그날의 비극적인 절규
"상전 어른, 저를 내쫓지 마십시오! 제가 무슨 죽을죄를 지었기에 이리 매정하게 나가라 하십니까?"
"자유라니요? 저는 자유가 뭔지 모릅니다. 그저 대감댁 마당 구석에서 잠자고 밥 얻어먹는 게 제 목숨의 전부입니다."
"이 종문서를 불태우면 저는 이제 어디로 갑니까? 성도 없고 집도 없는 저더러 산에 가서 짐승처럼 살라는 말씀입니까?"
"나랏님이 우리를 버리셨구나! 차라리 매를 맞고 살지언정, 당장 내일 아침 내 자식 입에 들어갈 밥 한 술은 누가 준단 말이냐!"
"5대째 이 댁의 종으로 살았습니다. 뼈를 묻겠다고 맹세했는데, 이제 와서 남남이라니요. 저를 이 댁의 개나 소처럼 여기시고 그저 거두어만 주십시오."
"천민 딱지를 떼어준들 무엇합니까? 당장 농사지을 땅 한 평 없는데, 결국 남의 집 머슴으로 다시 팔려가라는 소리 아닙니까?"
"주인어른, 제가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밥을 반으로 줄이셔도 좋습니다. 제발 대문 밖으로 밀어내지만 마십시오."
"나를 자유인이라 부르지 마시오! 나는 이 집의 노비일 때가 가장 안전했소.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의 눈초리에 맞아 죽을 것이오."
"이 종문서가 제 생명줄이었습니다. 이것이 없으면 저는 이름도 없는 유령일 뿐입니다."
"어린 자식들이 셋이나 됩니다. 이 아이들을 데리고 길거리에서 굶겨 죽이느니, 차라리 예전처럼 종으로 부려주십시오."
"법이 바뀌었다고 마음까지 바뀝니까?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저를 "노비 놈"이라 부를 텐데, 저 혼자 양반 흉내를 내며 살란 말입니까?"
"나라에서 집 한 칸 마련해주지 않으면서 나가라고만 하니, 이것이 개혁입니까? 우리를 죽이는 도살입니까?"
"상전 어른의 그림자만 보고 살았던 세월입니다. 이제 그 그림자조차 가질 수 없다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저희 부모님 무덤이 이 댁 뒷산에 있습니다. 조상님 묘도 못 돌보게 하고 어디로 떠나란 말씀입니까?"
"자유라는 이름의 쇠사슬이 더 무겁습니다. 차라리 저를 다시 묶어 주십시오."
"평생 시키는 일만 해왔습니다. 이제 스스로 무얼 먹고 살지 결정해야 한다니, 그 공포가 호랑이보다 무섭습니다."
"양반님네들은 우리를 내쫓고 인건비를 아끼겠다고 좋아하겠지요. 하지만 갈 곳 없는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저는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보다 배부른 노비로 살고 싶습니다. 제발 이 문서를 다시 써주십시오."
"내일부터 밥솥에 쌀을 안쳐줄 주인이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대감님, 제가 죽어서 귀신이 되어서라도 이 집 마당을 쓸겠습니다. 제발 내치지 마시고 헛간 한구석만이라도 내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