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 예조프는 체포된 후 처형되기 전까지 스탈린에게 여러 차례 편지(탄원서)를 썼습니다. 하지만 그가 보낸 메시지는 그가 처형했던 다른 희생자들(부하린 등)처럼 절절하거나 철학적이기보다는, 비굴할 정도로 충성을 맹세하며 목숨을 구걸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당시 그가 쓴 편지와 최후의 진술을 바탕으로 주요 내용을 정리해 드립니다.
1. "나는 스파이가 아닙니다" (혐의 부인)
예조프는 고문 속에서 자신이 영국·독일의 스파이라고 자백했지만, 스탈린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메시지나 최후 진술에서는 이를 강하게 부정했습니다.
"나는 스파이가 아닙니다. 테러리스트도 아닙니다. 나는 25년 동안 당을 위해 정직하게 싸워왔고 적들을 섬멸했습니다."
2.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것이 한입니다" (광기 어린 충성)
가장 소름 끼치는 부분은 그가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학살 행위를 반성하기는커녕, 더 철저히 하지 못한 것을 사과했다는 점입니다.
"내가 저지른 유일한 잘못은... 적들을 충분히 청소하지 못한 것입니다. 나는 수천 명을 죽였지만, 아직도 당에 숨어있는 적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다 죽이지 못한 것이 나의 죄입니다."
3. 마지막 부탁: "내 이름으로 죽게 해주십시오"
처형 직전, 그는 자신의 후임이자 정적이었던 베리아에게 스탈린에게 전해달라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스탈린 동지에게 말해 주시오. 나는 스탈린이라는 이름을 입에 담으며 죽을 것이라고. 나를 총살해도 좋으나, 제발 나를 "인민의 적"이 아닌 한 명의 공산주의자로서 죽게 해달라고 전해 주시오."
4. 스탈린의 반응: "돼지, 매춘부"
예조프뿐만 아니라 야키르 장군 등 많은 희생자가 스탈린에게 "당신과 조국을 사랑하며 죽는다"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스탈린은 예조프의 이런 비굴한 충성을 보고 편지 귀퉁이에 "돼지(Swine)", "매춘부(Prostitute)" 같은 모욕적인 단어를 휘갈겨 쓰며 비웃었습니다. 스탈린에게 예조프는 이미 용도가 다해 버려야 할 "피 묻은 걸레"일 뿐이었습니다.
역사적 아이러니
예조프가 죽기 전 썼던 편지들은 그가 대숙청 당시 수많은 희생자에게 강요했던 "자백"과 "탄원"의 과정과 똑같았습니다. 자신이 만든 지옥에 자신이 빠진 셈입니다.
결국 그는 1940년 2월 4일, 자신이 그토록 숭배했던 스탈린의 이름을 외치며 죽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루비앙카 감옥 지하실에서 비참하게 총살당해 이름 없는 구덩이에 던져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