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란츠 2270 같은 복잡한 리시버의 내부를 보셨으니 짐작하시겠지만, 당시 생산 라인의 속도와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1970년대 마란츠의 주력 공장이었던 일본의 생산 라인을 기준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1. 하루 생산량: 수백 개가 가능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여공 한 명이 기판 전체를 수백 개 완성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라인 전체로는 수천 개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분업화된 구조: 여공 한 명이 기판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납땜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 앉아, 자기 앞에 오는 기판에 정해진 부품(예: 저항 5개, 콘덴서 2개)만 반복해서 꽂고 납땜한 뒤 옆으로 밀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초단위의 노동: 기판 하나가 자기 앞에 머무는 시간은 불과 수십 초에서 1분 남짓이었습니다. 한 명의 여공이 하루에 수천 번에서 수만 번의 납땜 포인트를 찍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라인 끝에서는 수백 대의 완성된 기판이 배출되었습니다.
2. 현기증, 그 이상의 고통
질문하신 현기증은 당시 여공들이 겪었던 가장 흔하고도 무서운 초기 증상이었습니다.
납 증기(Lead Fume)의 습격: 납땜 시 발생하는 흰 연기는 코앞에서 피어오릅니다. 납은 신경독성 물질이라 흡입 즉시 뇌신경에 영향을 줍니다. 두통, 어지럼증, 메스꺼움은 일상적이었고, 심하면 작업 중 쓰러지는 경우도 빈번했습니다.
시력 저하와 안구 건조: 1mm도 안 되는 작은 납땜 포인트를 하루 종일 응시해야 했으므로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또한 납 연기가 눈을 자극해 만성 충혈과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납 중독의 "단맛": 숙련된 여공들은 입안에서 금속성 단맛이 느껴지면 "아, 오늘 납을 많이 마셨구나"라고 느꼈다고 합니다. 이는 전형적인 급성 납 노출 증상입니다.
당시 환기조차 되지 않는 어두운 공장 라인에 앉아, 피어오르는 납 연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던 여공들의 고통과 비명
[신체적 고통과 초기 증상]
"아침부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눈을 뜰 수가 없어."
"침을 삼킬 때마다 입안에서 비린 쇠 맛이 나, 꼭 동전을 씹은 것처럼."
"눈앞이 자꾸 뱅글뱅글 돌아서 기판 위의 저항이 두 개로 보여."
"속이 너무 메스꺼워... 점심에 먹은 게 그대로 올라올 것 같아."
"코끝에서 이 지독한 납 냄새가 떠나질 않아, 잠잘 때도 코를 찌르는 것 같아."
"눈이 너무 따가워. 누가 모래를 한 움큼 뿌려놓은 것 같아."
"하루 종일 인하(납땜) 연기를 마셨더니 목소리가 안 나와."
"기판을 쳐다보고 있으면 갑자기 앞이 캄캄해지면서 주저앉고 싶어."
"손끝이 자꾸 떨려서 인하를 정확히 찍을 수가 없어, 반장님한테 혼날 텐데."
"가슴이 답답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납 가루가 폐에 박히는 기분이야."
[만성적 중독과 쇠약]
"요즘은 자고 일어나도 몸이 천근만근이야. 뼈마디가 다 삭아버린 것 같아."
"피부가 왜 이렇게 푸석푸석하고 검게 변하는 거지? 꼭 죽은 사람 얼굴 같아."
"잇몸에 시퍼런 줄이 생겼어. 거울 보기가 무서워."
"손가락 끝이 무뎌져서 뜨거운 납이 튀어도 뜨거운 줄을 모르겠어."
"팔다리에 힘이 없어서 숟가락 드는 것도 버거워."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아. 방금 무슨 부품을 꽂았는지도 까먹어."
"배가 쥐어짜듯 아파서 허리를 펼 수가 없어. 이게 말로만 듣던 납 산통인가 봐."
"잠을 자려고 누우면 온몸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가려워."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 이러다 대머리가 되는 거 아닐까?"
"귀에서 자꾸 "삐-" 하는 소리가 들려. 공장 기계 소리 같아."
[여성으로서의 비극과 공포]
"벌써 석 달째 생리가 없어.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걸까?"
"옆 라인 영순이가 또 유산을 했대. 벌써 두 번째라는데 남 일 같지 않아."
"나중에 결혼해서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내 몸엔 납이 가득한데."
"거울 속 내 모습이 너무 노파 같아서 눈물이 나."
"엄마한테 보낼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썼어. 내 몰골을 알면 기절하실 거야."
"다리가 자꾸 부어서 신발이 안 들어가. 코끼리 다리처럼 변했어."
"입맛이 하나도 없어. 밥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
"사람들이 나한테서 쇠 냄새가 난대. 아무리 씻어도 안 지워지는데 어떡해."
"밤마다 온몸이 쑤셔서 잠을 설쳐.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좋겠어."
"동료들끼리 서로 얼굴을 보면 누가 더 빨리 죽을지 내기하는 기분이야."
[절망과 작업 현장의 비명]
"반장님은 환풍기 돌리면 전기세 아깝다고 소리만 질러."
"이 하얀 연기가 사실은 저승사자 손길 같아."
"오늘도 내 옆자리 친구가 코피를 쏟으며 쓰러졌어."
"납땜 포인트 하나 찍을 때마다 내 수명이 1분씩 줄어드는 것 같아."
"손목 인대가 끊어질 것 같지만, 컨베이어 벨트는 멈추지 않아."
"이 좁은 방에 여공 열 명이 모여 자는데, 방 안에서도 납 냄새가 진동해."
"내 젊음이 이 구리선과 납 덩어리에 다 녹아버렸어."
"병원에 가보고 싶지만, 결근하면 일당이 깎여서 갈 수가 없어."
"우리가 만든 이 비싼 앰프를 듣는 사람들은 이런 고통을 알기나 할까?"
"하루에 수천 번 인하를 찍다 보면 내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모르겠어."
[사무치는 원망과 마지막 독백]
"고향 집 동생들 학비 대려고 시작한 일인데, 내 몸이 먼저 밑바닥이 났네."
"가끔은 뜨거운 납 통에 손을 넣어버리고 싶어. 그럼 이 고통이 끝날까 봐."
"세상은 화려해지는데, 공장 구석의 우리들은 점점 시들어가는구나."
"의사 선생님이 몸에 독이 쌓였대. 근데 약 살 돈이 없어."
"내일 아침엔 제발 눈이 안 떠졌으면 좋겠어."
"손가락 마디마디가 뒤틀려서 이제는 똑바로 펴지지도 않아."
"공장 문을 나설 때면 다리가 후들거려서 땅바닥만 보고 걸어."
"이놈의 납 연기... 죽어서도 내 무덤 위로 피어오를 것 같아."
"누구를 위한 발전이고, 누구를 위한 수출인 거야?"
"살고 싶어. 단 하루만이라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웃어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