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에서 가장 가까운 섬나라 일본 대마도, 잡힐 듯 바라다보이면서도 꼭 그 길을 돌아서 가야하는 먼
이금숙씨이국땅. 50킬로미터도 채 안 되는 바닷길을 사이에 두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주도보다 더 힘들게 대마도로 간다. 대마도는 한반도와 일본 큐슈사이의 대한해협 중간에 위치한 섬으로 큐슈내 나가사키현 사도가시마, 카고시마현의 아마미오오시마에 이어 3번째로 큰 섬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대마도는 총 109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예전에는 사람도 살기 어려워 귀양조차도 보내지 않았다는 척박한 박토의 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황금의 섬이 되어 일본 속에서도 자연환경이 제일 잘 보존된 곳으로 소문나 있다. 나가사키현에 소속된 대마도는 조선왕조 마지막 공주인 덕혜옹주가 시집간 곳으로 정략결혼의 희생양인 덕혜옹주는 영친왕과 함께 조선왕조의 영욕의 세월을 몸소 부딪치며 살아온 황손들이었다.
대마시청이 있는 이즈하라는 우리 거제의 장승포항과 비슷한 곳이다. 숙박시설이며 기반시설은 거제도의 70년대 수준보다 못하지만 한국 관광객이 대부분인 대마도는 누가 뭐라 하든 자신들의 삶의 방식에 별 불편함을 못 느끼고 외려 관광객들을 자신들의 흡수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긴 해안선은 남해안 지역의 태풍과 해일 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여주며 역사적으로도 많은 교류의 창구로서 그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열 번도 더 넘나 든 대마도지만 매번 가는 손님들이 다르고 가는 시절이 다르다보니 새롭다.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경남도내 각 지역 시청가족들과 함께한 이번 여정은 가을 날씨덕분에 더운 줄을 모르고 여행을 했다. 새벽바람에 8시 30분 배를 탄 일행들은 이즈하라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도보여행에 나섰다. 섬은 가을 날씨 탓인지 서늘한 바람이 불어 찌는 여름에 왔던 때를 비교해 너무 편안한 관광이라고 생각됐다. 썬 플라워호를 타고 이즈하라에 내린 시간은 12시 10분경, 걸어서 최익현 선생의 순국비가 세워진 수선사를 방문하고 골목을 돌아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도시락에 우동 한 그릇 스시가 포함된 점심은 대마도 식당치곤 깔끔하게 나왔다. 그리고 일행은 조선통신사 사절들이 머물던 국분사와 나카라이 토슈 문학관, 하찌만 궁, 덕혜옹주 비, 대마역사박물관 등을 돌아보고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작은 섬 속의 호텔방은 좁지만 깔끔했다. 해산물 바비큐로 저녁을 먹고 우리 일행(거제도팀)은 다른 먹거리를 찾하 이즈하라 항구를 세바퀴나 돈 다음에야 물어서 물어서 찾아간 곳이 전복요리를 잘 한다는 식당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파도가 심해서인지 우리는 자연산 전복 1kg을 1600엔을 주고 먹고 정말 국물 맛이 기가 찬 우동 한 그릇씩을 또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전엔 전복 값이 우리나라보다 쌌는데 이날은 꽤 비쌌다. 물론 큰 식당이라 그 정도쯤은 주어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뒤가 짜꾸 돌아다 보이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가이드로 함께 간 일본랜드 유해린 과장은 우리 여행사 전담 가이드라 벌써 몇 번째 만나는 사람들도 있어 한 집 식구나 마찬가지, 다른 일행들과 슈퍼도 돌아보고 먹거리도 사고 나름 신경을 쓰느라 분주하다. 다음 날 우리 팀은 다른 팀에는 없는 코스인 아유모도시 자연공원으로 향했다. 2박3일 코스여야 갈 수 있는 곳을 기사님을 조르고 또 졸라 아유모도시로 갔다.
쯔쯔자끼 공원과 등대가는 길에 있는 아유모도시 자연공원은 말 그대로 천혜의 암반 위를 흐르는 계곡물이 일품이다. 무인판매대와 무공해 농산물, 대마도에서 유일하게 논농사를 할 수 있는 이 지역은 벼가 익어가는 모습에서 가을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출렁다리를 건너 계곡물에 손을 담그고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 방갈로며 야영장을 둘러보는 모습에서 공무원들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느꼈다.
일행은 다시 이즈하라로 돌아와 만판교로 향했다. 걸어서 두 개의 대마도를 건너는 기분은 상쾌함 그 자체다. 러일전쟁을 위해 일부러 섬을 끊어 수로를 만들었다는 만판교는 좁은 해역사이로 흐르는 물길만 봐도 어질어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해역을 포함, 대마도의 모든 해역은 청정해역으로 만판교 밑 어판장 앞 바다 밑에까지 붉고 흰 산호초가 자라는 모습은 이곳이 얼마나 깨끗한지를 실감나게 한다.(지난해 수산과 팀들과 유통구조 사업장을 살피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음)
일행은 다시 차를 타고 에보시타케 전망대로 향했다. 점점이 놓인 섬들과 가을을 품고 있는 골 깊은 대마도의 산과 바다는 아름답다는 말보다 왜 우리나라가 이 섬을 버려야 했는지 그것이 더 궁금했다. 버스안에서 하동군청의 이종수 계장님, 진주시청의 김용규 과장님, 거제시청 박종균 계장님, 양산시청 최정순 과장님 이하 일행들과 역사이야기를 꽃피우며 왜 우리가 대마도로 와야 했는지의 해답들을 찾느라 고심들을 했다.
이즈하라시 전경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일행은 다시 와따즈미 신사로 내려와 일본 천황의 전설과 일본의 역사, 백제계 아비루라는 성씨를 갖고 살았던 후손의 얘기들과, 가야계, 신라계 사람들의 일본 진출, 또 고려계 사람들의 일본 진출 얘기들을 들으며 어찌 보면 대마도나 일본 모두가 우리의 선조들이 건너가 개척한 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산이 깊은데도 완벽한 조림을 자랑하는 대마도의 산림은 보면 볼수록 혀가 내둘러진다. 이 섬의 나무를 포함 일본 전역의 베어 팔면 전 일본 인구가 50년은 그냥 먹고 산다나.... 참 기가 찬다. 산림 숲을 얼마나 돌아 나갔을까. 봄에 와서 봤던 이팝나무들이 즐비한 시내에 들러 이 지역의 명물이라는 단팥이 들어 있는 붕어빵을 사고, 한국의 어느 절이 건축했다는 원통사에 들린 뒤 다시 일행은 한국전망대로 향했다. 모두들 날씨가 깨끗하기만을 바라고 올랐으나 거제도도 부산도 엷은 안개에 가려 보이질 않았다. 다만 핸드폰만 터지는지 여기저기서 전화한다고 야단이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지난 봄 거제문협 이영호 전지부장과 그 일행들을 만났더랬다. 당시 갔던 팀은 거제도 팀들이었는데 3-4년만에 만난 문인들이어서 그런지 반갑기가 한량없었다. 그들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내려와 다시 대마도로 배를 타고 왔단다. 조선통신사들이 말을 타고 왔을 길을 이들은 기차를 타고 온 것이다. 일본 자위대가 근무하는 해군 레이더 기지 앞 섬들을 보며 그 곳에서 파도에 휩쓸려 돌아가신 많은 조선의 역관들과 통신사들의 나라사랑의 길이, 여기 한국전망대 공원의 조그만 비석속의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음에 미안함이 앞선다.
여행은 이런 것일까. 모르던 사람을 알고, 전에 느끼지 못하던 삶의 회한과 마음의 짐을 덜어내며 내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 그런 것. 이번 여행에 공무원이 아닌 아웃사이더로 함께 한 거제타임즈 박춘광 사장, 박문길 관세사, 김형택 사장, 그들은 우리 일행의 또 다른 느낌을 보여준 사람들이었다. 사진도 찍고 나름 이 지역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글로 남기려는 객꾼들이었다.
미우라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모래사장을 걷고, 온천도, 하고 히타까즈에서 가장 맛있는 스시 도시락 벤또(이 집은 대마도에서 본 가장 전통적인 일본식당이었음)도 먹고 식당 아주머니의 환한 미소와 너무도 정갈하고 조용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식당 분위기와, 그 집 주인의 느낌이 그대로 스며있는 화장실(너무 예쁘고 정갈했음)을 감상하면서 우리의 식당문화가 얼마나 복잡스럽고 시끄러운지를 다시 한 번 느꼈다. 1박 2일 간의 짧은 일정은 말 그대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높은 파도 때문에 1시간 30분이면 올 뱃길이 약 3시간이 족히 걸렸다. 멀미에 모두들 힘들었지만 용감한 거제팀들은 아무도 멀미를 하지 않았다. 갯가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하고 육지 사람들이 반문했다.
가을을 안고 떠난 대마도 여행길이 다시 가을을 안고 왔다. 사람들은 말한다. 여행이 끝나면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자고... 그러나 그 길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다. 또 언제 만나게 될런지도 모른다. 다만 떠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꿈을 꾸고 살면, 언젠가는 또 다시 다른 여행의 길목에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함께 한 공무원들 모두 이번 여행으로 삶의 재충전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예쁜 양산멤버들, 그들에게도 안부를 묻고 싶다. 혹여 거제도로 놀러 오실 일이 있거들랑 꼭 연락 주시기를 고대하며 지금 글을 쓰는 이 시간, 가을의 끝에서 만가(輓歌)를 부르며 나는 또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필자:이금숙/시인/세계항공 거제지사장>
와따즈미신사
아유도모시 자연공원 숲길
와따즈미신사앞에서
한국전망대서 바라본 바다 풍경
한국전망대서 바라 본 해상자위대 기지
하찌만 신궁
이즈하라 항 여객부두
아유도모시 자연공원 내 계곡
전망대에서 바라 본 대마도의 섬들(아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