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10시부터 70여명 곳곳배치 매춘감시로 손님 ‘뚝’
서울 강동구 천호동 423번지.
천호동 구 사거리의 한쪽켠에 자리잡고 있는 소위 「천호동 텍사스촌」의 행정구역이다.
밤 10시.
주당들이 한창 술이 오를 시간이다.
여느 유흥업소들은 하루 장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이지만 텍사스촌의 불빛은 일제히 사라진다.
좁은 골목 사이로 환하게 불을 켜놓고 지나가던 「오빠」들을 유혹하던 아가씨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썰물처럼 가게 안으로 들어간 다.
대신 제복을 입은 전경들이 2, 3명씩 요소요소에 배치돼 근무를 선다. 가끔 「삼촌」이라 불리는 어깨들이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것 말고는, 여기가 방금 전까지 서울시내 대표적 매춘지역이었다는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곳에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매일 배치되는 전경은 70명. 3일에 한번씩은 100여명이 나온다.
이외에도 강동경찰서 형사 1개반과 강력 1개반 및 주위 파출소에서 차출나온 10명이 이 거리를 지킨다.
지금같이 단속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11일부터. 강동경찰서 김기영서장의 지시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강동경찰서 김기영서장 뚝심이 이룬 쾌거김서장은 부임하던 지난해 7월부터 이곳 업주들에게 호객행위와 미성년자 고용금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업주들은 30여년간 길들여온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일부 업주들의 미성년자 고용이 적발되면서 단속의 강도가 지금과 같이 심해졌다.
손님은 아예 이 골목을 들어서지 못한다.
이곳에 들어가는 일반인에게는 여지없이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며 검사를 한다.
그리고는 『이곳에 들어가 윤락행위를 할 경우 징역 1년에 벌금 300만원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는 말을 덧붙인다.
간큰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런 얘기를 듣고 들어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이 시간대에는 아예 영업 자체가 안되는 것이다. 또 손님을 뒷골목으로 빼돌려 들여보내는 것을 막기 위해 이곳으로 통하는 모든 골목 입구부터 의경들이 서있다.
윤락행위가 적발될 경우 보통 「윤락녀」만 불러 처벌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강동경찰서는 한발 더나아가 윤락녀 고용업주도 처벌, 구속시켰다.
현재까지 구속 16명, 불구속 78명, 수배 8명, 수사중사건 15건. 호객행위자 400여명을 구류처분했고 윤락녀 및 가출청소년 120여명을 색출해 112명은 보호자에게, 8명은 보호시설에 인계조치했다.
이같은 단속은 김서장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단속이 계속되자 설마했던 업주들도 팔을 걷고 나섰다. 파출소로 몰려가 서장 직접면담을 요구 하기도 하고 방범과장에게 직접 애로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지역 국회의원과 은행 등을 통해 하소연도 했다.
연간 400억원의 매상을 올리던 은행들에 이들은 주고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서장의 강경대응 앞에서는 이 모든 것이 허사가 됐다.
김서장의 7월 전근설이 나돌면서 한때 희망을 갖기도 했으나 김서장이 유임되자 업주들도 이제는 포기한 상태다.
단속전에 이곳은 170개 업소에 1000여명의 윤락녀가 있었다.
그러나 도저히 장사가 안되자 80여개 업소는 이미 떠났고 20여개소는 휴업을 하고 있으며 현재 영업하고 있는 곳 은 70여곳에 불과하다. 아가씨들도 200여명 정도로 줄었다.
더구나 떠나는 아가씨만 있고 새로 들어오는 아가씨는 없어 앞으로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정상적이라면 아가씨 1명당 3, 4테이블은 받아야 영업이 된다.
그러나 현재는 하루 1테이블 받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1억여원이 넘는 임대료에 월 400만~500만원이 넘던 가게세도 대폭 떨어졌다.
단속 이전 170개 업소서 지금은 70곳만 남아이 지역을 담당하는 파출소 직원들은 서장의 원칙에 대해 한마디로 『타협은 없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같은 단속으로 김서장이 애초 목표로 세웠던 강력범죄 및 호객행위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특히 이지역 일대 강도 폭력범죄가 16% 감소했고 아리랑치기 등도 거의 사라진 상태다.
김서장은 거의 1주일에 한번꼴로 천호4동 파출소에 찾아와 직원들을 독려한다. 또 호객행위와 미성년자 고용을 철저히 단속해 업소 마다 일일이 동향보고를 해야 한다.
또 이곳 파출소 직원은 6개월 이상 근무할 수 없도록 했다. 업주와 공공기관간의 뿌리깊은 유착이 불법영업을 방치하게 된다는 소 신에서 비롯됐다. 경험보다 활동성을 중시해 젊은 직원만 뽑았다.
김서장은 이같은 단속에 대해 『매춘과의 전쟁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매춘과의 전쟁이라면 아예 이 지역을 24시간 페쇄해야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는 것.
서장 혼자의 힘으로 뿌리깊은 매춘을 파헤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김서장은 다만 이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범죄를 줄이기 위해 가장 효과가 높은 시간대에 집중투입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것이 매춘과의 전쟁과 다름없다 해도 실제 의도는 범죄줄이기라는 얘기다.
김서장의 파격적인 실험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공권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인다면 불법영업이나 매춘을 뿌리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곳을 떠난 업주들이 다른 곳에서 또다시 매춘업에 종사하고 있는 실정에서 과연 혼자만의 노력 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따른다.
수많은 「김서장」, 혹은 대만 타이베이시의 진시장의 경우처럼 윗선의 결단이 우리 사회를 맑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