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새한그룹’고 이병철 회장 손자 이재찬씨의 비극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손자 이재찬(46)씨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 앞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8일 오전 7시 20분께 서울 용산구 이촌동 D아파트 1층 현관 앞에서 숨져 있는 이씨를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이씨는 고 이 회장의 차남인 고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아들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조카로 지난 2000년 12월까지 새한미디어 대표이사로 역임했다.
이씨를 발견한 경비원 신모(61)씨는 경찰에서 “현관 앞 주차장 주변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가보니 흰색 면티를 입은 남자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계단식으로 된 아파트인데 창문에서 뛰어내린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직전 이씨는 아파트 5층에 있는 자기 집에 혼자 머물고 있었으며 최근 5년 간 가족과 떨어져 이곳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이씨가 삼성가(家) 가족인 줄은 몰랐고 이웃과 접촉도 하지 않을 정도로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현재 경찰은 경비원 등의 진술을 토대로 이씨가 투신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 중이다. 아직 이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이씨의 시신은 한남동 순천향대 병원에 안치돼 있으며 검시 결과 이씨는 두부와 상반신 등의 과도한 손상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의 정확한 사인 규명 절차가 끝나는 대로 시신을 삼성의료원으로 옮겨 빈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재찬씨가 투신한 아파트[사진=연합뉴스]
한편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딸 선희씨와 결혼한 이씨는 1983년 경복고와 1989년 미국 디트로이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새한미디어 사장 자리에 올랐다.
새한그룹은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뒤 (주)새한, 새한미디어 등을 주력사로 삼아 운영돼 왔으나 IMF 외환위기 전후 경영이 악화되며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됐고, 새한그룹은 삼성에서 분가한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무너진 기업이 됐다.
이씨의 선친인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은 삼성가의 "비운의 황태자’로 불려왔다. 이 전 새한미디어 회장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인 이영자씨와 연애결혼을 했다. 1966년 한비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했으며 60년대 후반 삼성이 인수한 새한제지(현 한솔제지), 삼성물산 이사 등을 역임, 그러나 70년대 이후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나 있었다. 지난 1991년 58세의 이른 나이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 재계의 충격이 컸다.
비운의 황태자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새한그룹의 비극은 계속 됐다. 2000년 새한그룹의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가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2003년에는 이창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관 새한미디어 부회장이 구속됐다. 이어 18일 이재찬 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계인사들은 삼성가 중 새한그룹에만 계속되는 비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이재찬씨는 새한미디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에는 옛 새한그룹이나 삼성가와는 이렇다할 교류 없이 지내며 외로운 생활을 이어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