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Buy 코리아(한국 증시에서 주식 사고), Bye 타이완(대만 증시에서 주식 팔고)"
입력 : 2011.03.29 03:01
대만 반도체 업체들 日 부품 의존도 높아
대지진 이후 외국인들 대만서 1兆 팔아치워
"1조4700억원 대 1조1933억원."
3·11 일본 대지진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주식 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금액)한 금액과 대만 증시에서 순매도한 자금 규모다. 한국과 대만은 경제 규모와 상황이 비슷한데도 일본 대지진 이후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는 주식을 사들이고, 대만 증시에서는 주식을 파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이(Buy) 코리아"와 "바이(Bye) 타이완"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외국인, 한국 사고 대만 팔고
최근 신흥 증시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6일부터 28일까지 9일(거래일 기준) 연속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이 순매수한 규모는 1조5661억원이다.
대만 증시 상황은 정반대다. 올해 초부터 대만에서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은 일본 대지진 이후 24일과 25일을 제외하고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지진 이후 총 1조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 차이가 두 나라의 증시 성적으로 곧바로 연결됐다. 한국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일본 대지진 이후 5.2% 오르며 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상승률 상위권에 올랐다. 같은 기간 대만 증시는 0.2% 하락했다.
◆일본 부품 의존도 높은 대만 업체는 "발 동동"
전문가들은 두 나라에서 외국인 매매 패턴이 정반대 현상을 보이는 것은 반도체산업에 대한 전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회사들은 그동안 일본뿐 아니라 국내외로 부품 공급처를 다변화시킨 반면 대만 기업들은 여전히 반도체 부품의 일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한 예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부품인 실리콘 웨이퍼 시장 점유율이 전 세계 50%를 웃도는 일본의 신에츠화학(信越)과 썸코(SUMCO)는 지진 이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파워칩, 난야, TSMC, 프로모스 등 대만 반도체업체들은 대부분 이 두 회사로부터 웨이퍼를 납품받는다.
이 밖에도 전 세계 3위 LCD패널 제조업체인 대만의 AU 옵트로닉스는 일본 센다이에 있는 자사의 태양광 웨이퍼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한 유럽계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은 반도체 부품을 LG 실트론과 독일의 실트로닉스 등 국내외로부터 다양하게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에서 "빛 발한" 한국 기업
한국 기업들이 이번 위기를 통해 다시 한번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국의 경우 자동차·반도체·조선·철강 등 여러 산업이 고루 발전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 LG경제연구원 조준일 연구위원은 "대만의 산업구조는 반도체, LCD, 휴대전화 등 IT(정보기술) 쪽에 치우쳐 있다"며 "이마저도 일본에 부품을 의존하고 있어 이번 지진 이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이번 일본 지진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산 흐름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이라며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빚은 대만과 일본 기업을 한국 기업들이 대신할 것이라는 게 해외 투자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 자금이 우리나라 시장으로 다시 돌아온 것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생산에 차질이 예상되는 일본과 대만 기업을 대체할 만한 곳으로 한국 기업이 꼽힌 것이지 한국 경기를 좋게 보고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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