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경희대 테크노대학원 교수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40~50년 전 환갑(還甲)이라고 동네 잔치를 벌이던 기억은 잊혀지고 60대를 노인으로 여기지 않는 세상이다. 2001년 이후 연평균 0.5세씩 수명이 연장되면서 이미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세에 육박하고 있다.
100세 시대란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연령이 90대가 되는 시점을 말한다. 얼마 전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우리나라가 2020년 100세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또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60년에는 100세 이상 노인이 총 인구의 0.19%인 8만4283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 전국을 통틀어 1800명 수준인 상수(上壽) 노인이 40배 이상 늘어난다는 뜻이다. 100세 이상 인구는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1836명이었는데 2005년(961명)보다 91% 늘었다. 이 같은 초고령 인구의 급증 추세는 100세 시대가 임박했음을 웅변해준다.
사람과 기업의 수명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의 수명은 늘어나는 반면 기업의 수명은 오히려 짧아진다. 의료기술의 발전과 식생활 개선은 사람의 평균수명을 과거 ‘30×2’에서 ‘30×3’ 시대로 만들었다. 반면 기업은 급변하는 경쟁환경과 기술발전으로 수명이 갈수록 단축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사람과 기업의 성장과 쇠퇴과정은 묘하게도 닮았고, 또 다르다. 수백개 제조업체의 발전과정을 분석했더니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 등 7.5년을 주기로 흥망성쇠를 반복하며 생존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몸의 세포도 7년마다 바뀐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전의 세포가 사라지고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직 성장이라는 변화만을 보려고 노력하지만 그 속에는 생과 사가 함께 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끝이 있는 법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영원한 일류기업, 영원한 승자는 존재하기 어렵다. 선진국 대기업의 평균수명은 30년이고 우리나라 대기업의 평균수명은 20년이라고 하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단명할 수도, 100년 기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금도 많은 CEO들은 “당장은 건실하지만 미래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생존의 위기는 이제 상시적이며 구조적이다.
무릇 모든 사람이 무병장수하고, 값진 인생을 꿈꾸듯 기업 또한 100년 넘게 살아남아 성공한 기업,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당장 올해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이 온통 잿빛이다. 미국이 상반기 다시 경기침체에 접어드는 더블딥에 빠질 수도 있음을 연방준비은행은 경고하고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로존 최강국 독일 경제는 물론이고 중국과 인도 경기마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세계적인 저성장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경제권의 올해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역의존 경제국인 데다 미국과 유럽에 전체 수출 물량의 20% 이상을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선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도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제조업은 중국 등 저임(低賃) 국가들에 상당 부분 잠식당했고 주택과 철도·도로 등 국내건설산업은 포화 상태다. 하루빨리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10년간 경제성장률 0%대를 기록한 199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 아니 이미 밟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수명 연장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지구촌 곳곳에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사는 장수촌이 있고,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고객들을 만족시키며 100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들이 있다. 세계적 장수촌인 일본의 오키나와현, 러시아의 카프카스, 히말라야 산맥의 훈자 마을 사람들의 생활습관에서 장수의 비결을 찾아내듯 세계적 장수 기업에서 지속 성장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각론에서 혁신적인 제품개발, M&A, 인재양성 등을 장수기업의 요건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핵심은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민첩하고 능동적인 적응력, 즉 리더의 ‘창의경영’이란 게 대부분 경영학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강점이나 경쟁우위 등을 가장 먼저 만드는 창조경영을 말한다.
한때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잘나가던 기업들이 한순간 경영위기에 빠지거나 소리 없이 사라지는 시대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하는 이치와 똑같다. 금연의 효과는 누구나 잘 알지만, 실천하는 사람만이 건강해질 수 있듯 자신의 강점을 자기 체질에 맞게 특화하고 적용하는 기업만이 100년 이상 장수하지 않을까. 장수 기업이 사람의 행복한 말년을 책임질 버팀목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