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특급" 박찬호, 그의 야구열정을 일본프로야구단 한신은 잊지 못하고 있다(사진=순스포츠)
미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전통의 맞수다. 야구에 흥미가 없는 두 도시인도 양팀이 맞붙으면 만사를 제쳐놓고 응원에 열을 올린다.
일본프로야구에도 양키스와 레드삭스 못지않은 숙명의 맞수가 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스다. 간토(관동)지방을 대표하는 요미우리와 간사이(관서)의 맹주임을 자처하는 한신은 맞붙을 때마다 열전을 벌인다. 두 팀의 경기가 있는 날, 도쿄와 오사카 술집의 매상이 치솟는 것도 경기에 집중한 야구팬들이 땀을 식히기 위해 연방 맥주를 마시기 때문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한국에서 양팀 가운데 인기가 높은 팀은 단연 요미우리다. 과거 장훈(일본명 : 하리모토 이사오)이 뛴데다 1990년대 중반부터 조성민, 정민태, 정민철, 이승엽이 차례로 뛰면서 한국 내 인지도가 높아진 까닭이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모 방송사에서 이승엽 중계란 이름으로 요미우리 홈경기를 생방송 한 것도 인기 향상에 크나큰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일본 내 인기는 두 팀이 엇비슷하다. 2000년 이후 요미우리가 마쓰이 히데키(LA 에인절스), 우에하라 고지(볼티모어) 등 특급선수들을 메이저리그에 빼앗기며 인기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한신은 가네모토 도모아키, 아라이 다카히로 등 FA(자유계약선수)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국구 구단으로 거듭났다.
이 때문일까. 2000년대 중반부턴 팀 인기를 평가하는 중요 척도인 홈 관중수에서 한신이 요미우리를 앞섰다. 실제로 2006, 2007시즌 2년 연속 홈 관중 300만 명을 돌파한 팀은 한신이 유일했다.
이와 함께 한신은 TV 중계권료로도 1년에 30억 엔(약 380억 원)을 벌어들이며 요미우리에 버금가는 부자구단이 됐다. 그러나 요미우리엔 있고, 한신엔 없는 게 있었다. 바로 국외 중계였다.
이승엽이 맹활약을 펼치던 2006년 요미우리는 한국 모 방송사에 홈 경기 중계권을 저렴하게 판 뒤 그해 시즌이 끝나자 한해 70억 원 이상을 받는 조건으로 중계권 재계약을 맺었다. 일본프로야구 사상 유례가 없는 초대박 계약이었다. 당시 일본야구계가 이 계약을 자신들이 그토록 바라던 "일본야구의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2004년 일본 최대 미디어 에이전시 ‘덴츠’가 6년간 약 275억 엔(약 4천억 원)에 일본 내 메이저리그 독점중계권을 따냈을 때 일본야구계에선 “미국에 퍼주기만 할 게 아니라 우리도 야구를 수출해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년 뒤 일본야구계의 소망은 요미우리 중계권이 한국에 팔리며 현실로 이뤄졌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숙명의 맞수인 요미우리가 ‘일본야구의 세계화’를 위한 선봉장으로 나선데다 막대한 중계권료까지 챙기니 한신의 심사가 뒤틀린 건 당연한 터.
2008년 여름 일본 오사카의 한신 구단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누마자와 쇼지 본부장(단장)이 “2010년쯤 한국선수를 영입하고 싶다”며 “점찍어둔 선수가 있다”고 속내를 밝힌 것도 한국 방송사에 중계권을 팔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이때만 해도 한신이 원했던 선수는 롯데 이대호였다. 그렇다면 2년이 흐른 지금. 아직도 한신은 이대호를 원하고 있을까. 6월 8일 일본 오사카를 찾았을 때 한신에 정통한 야구관계자는 “(한신이) 이대호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귀띔했다. 덧붙여 “한신을 비롯한 센트럴리그 팀들은 한국 타자보단 투수를 원한다”고 밝혔다.
올 시즌 김태균(지바롯데)의 맹활약으로 한국 타자들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좋아졌음에도 한신이 어째서 타자가 아닌 투수를 원하는지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간명했다.
“힘으로 대결하는 퍼시픽리그 투수보다 센트럴리그 투수들이 제구가 정교하고 수 싸움에 능해 한국 타자들이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신은 SK 김광현을 포함해 한국프로야구의 젊은 투수들을 영입대상 리스트에 올려둔 것으로 알려졌다.
오사카에서 만난 한신의 관계자는 “중계권료도 중계권료지만, 재일교포가 많은 오사카에서 한국선수가 뛴다면 관중수입 증가는 물론이려니와 한·일 야구교류에도 일익을 담당할 테고 특히나 한신 전력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좋은 기회가 찾아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신은 2007년 한국선수를 영입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주인공은 놀랍게도 박찬호(뉴욕 양키스)였다. 한신은 200만 달러에 박찬호를 영입하려고 물밑작업을 벌였고, 어느 정도 의견 일치를 봤다. 당시 박찬호는 돈보단 야구를 계속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 무리한 금액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박찬호를 중간계투로 활용하려던 한신과 달리 박찬호는 선발을 원해 협상 막판 이견이 생겼다. 결국, 이견은 조정되지 못했고, 협상은 "없던 일"이 됐다.
협상 불발 뒤 박찬호는 미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재기에 성공하며 올 시즌 최고 명문구단인 뉴욕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한신은 지금도 야구 열정에 불타오르던 박찬호를 영입하지 못한 걸 후회하는 눈치다. 그렇다면 어째서 한신은 박찬호를 구원진으로 쓰려 했던 것일까.
“선발보다 구원진이 약해 박찬호 같은 대스타를 불펜에서 활용하면 더 큰 효과를 거둘 것 같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5일 혹은 6일에 한 번씩 나오는 선발보다 이틀에 한 번씩 나올 수 있는 중간계투요원이 한국에 중계권을 팔기에 유효하기 때문”이었단다.
한신의 한국야구 구애,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
박찬호도 이제 늙어서 예전만 못하지만
박찬호 영입은 상당한 마케팅 효과가 있다...
성적 향상을 원한다면 김광현보다는 류현진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