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2008-02-05]
5일 새벽 끝난 바레인전은 말 그대로 실전을 앞둔 팀을 자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평가전에 불과했다. 2-2 무승부라는 결과는 허정무호를 비판할 근거가 되진 않는다. 대표팀은 오는 11일 테헤란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원정 경기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킬러’ 밀란 마찰라의 페이스에 말리긴 했지만 제주에서 열린 국내 합숙 기간 동안 집중 연습한 세트피스 플레이로 두 골을 뽑아내며 패배를 무승부로 바꾼 것은 분명 박수 받을 부분이었다. 이란전까지 일주일 동안의 준비 기간이 있는 만큼 문제점은 개선될 소지가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금 대표팀은 전력의 핵인 유럽파 중의 유럽파가 합류하지 않았다. 바로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31, 도르트문트)다.
박지성과 이영표의 가세는 분명 단순한 선수 두 명 이상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도 상위 레벨로 꼽히는 두 선수는 아시아 축구 무대에서는 그 영향력이 한국 대표팀을 넘어 상대팀까지 좌지우지할 정도로 절대적 영향력이 있다.
19년 만에 무승 징크스를 깼던 지난해 11월의 사우디 아라비아 원정이 그랬다. 이영표는 경기 초반 공격적인 사우디의 흐름을 절묘하게 끊었고 자신의 영역인 측면을 완벽하게 지배하며 상대의 경기 운영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박지성은 이영표가 가져온 흐름을 완전히 한국의 것으로 만들었다. 사우디의 수비수 두 명 정도는 드리블로 가볍게 제치는 돌파와 안정된 터치, 연계 플레이는 결국 이근호의 선제골을 만들었다.
제 아무리 이청용과 기성용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해도 결국 대표팀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는 해답은 박지성과 이영표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두 선수가 주말 리그 경기를 소화하고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대표팀의 전력 상승 효과는 자명하다. 허정무 감독도 이영표가 흔들고, 박지성이 활로를 찾는 승리 방정식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문제는 두 선수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치르는 경기의 판이한 경기력 차이다. 유럽파는 허정무 감독에게 이미 주어진 옵션이다. 그들이 합류했을 때의 경기력이 대표팀의 정상 경기력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유럽파와 같은 특정 선수에게 절대적으로 기대는 것은 대표팀에게 늘 양날의 검이 됐다.
동아시아컵이나, 이른 시기에 펼쳐지는 평가전 같이 소속팀에게 차출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없는 성격의 경기나 혹은 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 늘 대표팀의 경기는 요동쳤다. 지난 수년 간 대표팀의 경기 결과를 살폈을 때 박지성과 이영표가 건강했을 때와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을 때의 차이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2007년 아시안컵이 그 대표적 예다. 사우디전에 앞서 치렀던 카타르전이 그랬고, 최근의 시리아, 바레인전도 마찬가지다.
이란전을 앞둔 지금도 유럽의 중심에서 뛰고 있는 두 선수는 대표팀의 빛이 되고 있다. 하지만 빛의 이면에는 늘 그늘이 있다. 시즌 40경기 이상을 소화해야 하는 박지성과 이영표의 엔진이 고장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최종예선을 치르는 허정무 감독도 박지성과 이영표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대표팀의 강인함을 보여줄 묘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 월드컵 3차 예선 이후 대표팀 경기 결과 ■
지성-영표 부재시
09/02/04 바레인(평가전) 2:2(무)
09/02/01 시리아(평가전) 1:1(무)
08/11/14 카타르(평가전) 1:1(무)
08/09/10 북한(월드컵최종예선) 1:1(무)
08/09/05 요르단(평가전) 1:0(승)
지성-영표 합류시
08/11/19 사우디(월드컵최종예선) 2:0(승)
08/10/15 UAE(월드컵최종예선) 4:1(승)
08/10/11 우즈벡(평가전) 3:0(승)
<스포탈코리아 서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