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자업계, 삼성에게 완패한 이유
7-9월 일본 9개 전자회사 전체 이익이 삼성의 절반에도 못미쳐
김현근 기자
소니 등 일본의 쟁쟁한 전자메이커의 전체 영업이익이 같은 시기 삼성전자 1개사가 발표한 실적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일본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삼성은 7-9월기 일본엔으로 약 3260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렸음에 비해,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국내 대기업 9개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1519억엔에 그쳤다.
■ 삼성 1 대 9 싸움에서 완승
한때 전자대국이라 불렸던 일본. 그러나 2009년 10월, 일본 전자메이커 전체의 실적이 한국의 삼성전자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에 일본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일본 전자업계 7-9월 결산 내용을 들여다보면 8개사의 7-9월 영업손익이 4-6월 적자에서 탈피,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흑자의 원동력이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인 결과이고 시장 수요 회복도 슬림형TV나 반도체 등 일부에 국한돼, 본격적으로 실적이 향상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10월 31일자, 조간)의 사이조 이쿠오 편집위원은 "삼성 더 멀어져가는 뒷모습" 이라는 칼럼에서 삼성이 왜 일본 전자업계를 이기고 있는지, 그리고 일본전자업계는 왜 이런 실적 밖에 못내는지를 분석했다.
■ 삼성의 이기는 패턴 정착, 일본의 내수 시장 안주가 패인
사이조 편집위원은 칼럼에서 삼성과 일본 전자업계의 차이는 "기술력이 아니라, 오히려 경영력의 차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그것이 여실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거액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반도체나 액정 등의 부품 비즈니스"인데, "일본기업은 경기가 안좋으면 일제히 투자에 브레이크를 걸지만, 삼성은 반대라는 점"을 들었다.
▲ 씨텍 재팬 2009 ⓒJPNews
칼럼에 따르면 경기의 하강국면은 제조설비의 가격도 내려가기 때문에 관점을 달리하면 투자의 찬스라는 것. 삼성은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수요가 회복되는 국면을 맞이했을 때 생산력에서 경쟁상대를 누르고 압도적인 차이를 벌려놓는다는 것이다.
칼럼은 삼성이 "1990년대에 DRAM에서 구축한 "이기는 패턴"을 액정 패널이나 플래쉬 메모리에서도 반복해왔다"면서 그 배경에 "강렬한 리더쉽을 발휘한 이건희 전 회장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즉, 샐러리맨 경영자로서는 흉내낼 수 없는 오너 경영자의 담력이 고수익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칼럼은 또 한가지 요인으로 글로벌화에 대한 열의의 차이를 들었다. 일본의 종합전자회사는 인프라계 사업의 비중이 커서 일본 국내에만 틀어박히는 경향이 강했다는 것이다. 일본 전자업계가 반 공기업인 NTT나 JR을 경쟁상대로 삼아 자국 시장에 안주하는 동안 삼성은 사업 시작 단계에서 글로벌 전개를 지향했다.
삼성이 휴대폰이나 액정 TV 등 가전분야에 세계점유를 늘리는 배경에는 한국이라는 좁은 모국시장을 벗어나 창업직후 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구글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의 체질을 지녔다는 점도 들었다.
■ 일본 업계 재편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싸워라
그렇다면 일본기업이 삼성에게서 배워야할 것은 무엇인가.
칼럼은 두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업계를 재편해 경기침체 등 역풍하에서도 투자를 감행할 수 있도록 튼튼한 재무기반을 닦으라는 것이다. 냉정히 말하면 일본 전자 메이커 9개사로 플레이어가 너무 많으니 주력사업 중심으로 통폐합을 하라는 주문이다.
또 하나는 일본이라는 내수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신흥국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 전개를 하라는 것이다. 새로 들어선 하토야마 정권이 소비향상을 위해 내건 "내수주도의 성장"은 전자업계에 통하지 않으니 오해 말고 해외에서 선전하라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때 아시아의 맹주를 자청했던 일본은 2000년대 들어서 갈림길에 서있다. 그동안 일본 경제의 강점이라고 하면, 중소기업의 탄탄한 기술 및 재료 분야의 우위성, 그리고 1억 2천만이라는 자국내 까다로운 시장을 통과한 상품으로 해외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력시장으로 삼았던 미국 경기의 침체, 무섭게 규모를 키우고 있는 중국 시장, 글로벌화되는 경제 패러다임 속에서 일본은 갈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중이다. 흔한 말로 갈라파고스가 일본의 여러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정치가 54년만에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출발을 했듯이, 일본 전자업계가 내부개혁을 통해 체질을 바꿀 수 있을까,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