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이 정치 분야 외에 한국 국채매입 중단과 한일 통화스왑 재검토 등 "경제의 무기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산업부문에도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일본 장비나 부품 소재업체들이 삼성이나 LG, SK하이닉스 등 국내 구매업체들에게 제품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공급 중단시 기업 생존이 불투명할 정도로 한국 기업의 구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0년초 일본의 한 증권사는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으로의 일본 장비, 부품, 소재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들에게 영향력이 막대한 경제산업성의 입김이 작용할 경우 "장비나 부품소재의 무기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20일 국내의 한 전자산업 관련 협회는 독도 영유권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면서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펼쳐질 경우 국내 관련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는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본의 장비, 부품, 소재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 국내에서의 대체 가능성과 산업에 대한 영향 등을 검토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자는 차원에서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수출 장치산업은 장비나 부품소재 부분에 있어서 대일 의존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반도체 전 공정 장비의 국산화율은 25%, LCD는 70% 전후다.
반도체의 경우 장비보다는 핵심소재인 화학 소재 부문의 대일의존도가 30% 정도에 이르렀다. LCD 부문은 한대에 100억원 가량 하는 노광기(리소그라피) 등 핵심 장비가 대일 의존도가 심한 상황이다.
디스플레이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장비 국산화를 통해 국산화율이 70~80%까지 올라온 상황"이라면서도 "핵심장비인 노광기는 일본의 캐논이나 니콘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신성장동력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증착장비 등은 일본 토키 등이 핵심장비를 만들고 있어 아직은 일본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의 경우 핵심장비인 노광기를 네덜란드 ASML이 생산하고 일본 캐논이나 니콘의 영향력은 크게 줄었다. 반면 일본 TEL이나 다이니폰스크린(DNS)이 생산하는 증착장치(CVD), 에처 등의 장비 조달 비중은 여전히 높다.
또 반도체 핵심 원재료인 웨이퍼의 경우도 신에츠나 섬코 등이 전세계 점유율 80%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도 이들로부터 조달하는 물량이 전체 조달물량의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 재료인 포토레지스터(PR)이나 절연막 등은 신에츠나 요코가와 등에서 상당 부분을 조달하는 상황이다.
LCD 소재 중 유리는 일본의 아사히글라스나 NEG 등이 30% 가량을 점유하고 있고, OLED 유리도 아사히글라스가 주공급원이며 최근 삼성코닝정밀소재가 이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반도체협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현재 국내 기술력으로 만들지 못할 부품 소재는 거의 없지만 가격 대비 생산성의 문제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부 의존도가 높은 부품 소재에 대한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삼성, LG, SK 등으로 수직계열화 돼 있는 장비 협력업체들이 상호교차 구매를 통해 국산 장비 사용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