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쇼크, 대량리콜, 엔고, 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 중·일 외교갈등…. 이런 위기를 연이어
겪은 도요타가 부활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적어도 재작년까지는 그랬다.
도요타는 이 예상을 깨고 지난해 글로벌 판매 1위(974만대)에 복귀했다. 전년보다 23%나 성장한
것이다. 규모만 커진 게 아니다. 판매급락, 자연재해로 인한 부품·생산망 붕괴, 기업 이미지
추락 등 기업에 닥칠 수 있는 거의 모든 위기를 겪었으나 위기관리 능력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엔저 기조는 도요타에 남은 마지막 위기까지 없앴다는
평가다.
◇엔저 최대 수혜
도요타는 2011년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2835억엔(3조280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2012년 순익은 약 8600억엔(9조9900억원)으로 2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년간
최대 이익이다. 도요타 부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최대 시장인 미국 자동차 시장의
호황과 엔저를 꼽는다. 지난해 미국에서 신형 캠리를 필두로 프리우스 C(일본명 아쿠아),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신형 아발론, 렉서스 ES·GS·LS 등 신차 10여종을 쏟아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엔화 가치 하락은 이 흐름에 날개를 달았다. BNP파리바는 최근 엔화 가치가 작년 11월보다
14% 떨어지면서 도요타의 미국 실적이 40%가량 개선된 것으로 분석했다.
도요타 성장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보다 27% 급증한
15만7725대를 팔았다. 2008년 이후 1월 실적으로는 최고치다. 시장점유율도 3년 만에
15%대(15.1%)로 올라섰다. 도요타 캠리는 12.7% 늘어난 3만1897대를 팔아 승용차
판매순위 1위에 올랐다.
도요타 부활은 현대·기아차엔 위기다. 도요타가 선전하면서 현대·기아차의 1월 미국 점유율은
7.7%까지 떨어졌다. 2011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강한 기초 체력이 부활의 토대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으로 무장한 일본 자동차산업의 기초 체력이 탄탄한 것도 도요타
부활의 배경이다. 그 힘으로 살인적인 엔고를 견뎌내고 부활할 수 있었다.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도요타는 지난해 일본 및 아시아(중국 포함)에서의 영업이익이
급상승했다. 작년 4~12월 기준으로 일본 지역 영업이익은 2660억엔(3조원) 흑자였다.
전년 같은 기간의 3060억엔(3조6000억원) 적자에서 대폭 개선된 것이다. 동남아·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영업이익도 2011년 1710억엔에서 작년 2860억엔으로 대폭 늘어났다.
엔저가 작년 말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작년 실적에서 도요타가 환율 혜택을 거의 입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실적은 도요타의 자체적인 경쟁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 실적은 도요타가 지난 수년간의 외부 악재 속에서 근본 경쟁력을 갈고 닦아
왔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도요타는 올 1월 중국에서 전년보다 24% 성장했다. 중·일 외교분쟁 이전보다 더 많이 팔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리스크도 완전히 해소됐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올 들어 도요타의
아시아권 영업이익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연구개발 투자도 도요타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도요타는 2011년 기준으로 글로벌 기업 중
연구개발비 투자 1위였다. 도요타를 중심으로 일본 자동차산업의 국내 기반이 확고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일본의 자국 내 생산은 작년에 994만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1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국 내 생산기반을 유지해 자동차 연구개발 및 각 부문 인력을 키울 수
있었고, 이것이 일본 자동차산업의 근본 경쟁력의 토대가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