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회 의장은 지난 13일 공동성명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TA-FTA 협정에 대한 통상교섭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협정에 대한 구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EU와 미국은 2007년에도 광범위한 무역협정에
대해 협상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양측은 당시 TA-FTA 출범을 위한 첫 단계로 ‘TEC’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6년 뒤인 지금 EU·미국 FTA는 마침내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만큼
가까워졌다. 이번 공동성명 전날, EU와 미국의 일자리 및 성장 분야 고위급 실무협상단은
광범위한 쌍방무역과 투자 분야의 쟁점을 다룰 포괄적인 합의안을 제시했다.
이는 EU 집행위원회가 EU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정상회의로부터 협상 권한을 얻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 과정이 어려워서는 안된다. EU와 미국 간 무역협정은 지난달 1일
각각 EU와 G8 의장국 지위를 넘겨받은 아일랜드와 영국의 최우선 순위다. 주도권은 역시 강력한
지원을 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갖고 있다. 프랑스도 드러내놓고 협정에 반대한 적이
없다.
그러나 유럽의회의 권한이 커져 EU 집행위원회가 무역협정을 더 이상 조용히 통과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유럽의회는 EU·미국 간 FTA를 지지한다고 선언해왔지만, FTA를 위해 △GMO
△동물 복지 △환경과 보건·의료기준 △식품 안전 △문화적 다양성 △노동·소비자 권리 등
논쟁의 소지가 있는 분야까지 대가를 치르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조짐은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는 현재 의회를 압박할 ‘TPA’을 갖고 있지 않다.
의회는 협정의 변경과 수정을 요구하거나 끝도 없이 협정 승인을 지연시킬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교착상태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에서 무역협정은 공화당과 민주당 간, 의회와
대통령 간 합의가 이뤄진 정책인 것 같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무역자유화에 좀 더 회의적이지만,
최근 한국 파나마 콜롬비아 등과 체결한 무역협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EU와의 무역협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미국 정치인들은 EU의 높은 노동·환경기준을 고려할 때
무역협정을 통해 유럽 쪽으로 아웃소싱이 일어날 것이라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어떤 쪽도 또 다른 ‘도하’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12년간 끌어온 WTO 협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EU와 미국은 오바마의 재임 기간 내에 FTA에 대한 협상을 끝내고 싶어한다.
EU와 미국 간 무역투자 협정에서는 단순히 상품·서비스 부문의 교역만을 다룰 수 없다.
우선 관세, 서비스, 투자, 정부조달과 관련한 시장 진입의 장애물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수입관세는 미국이 평균 3.5%, EU가 5%로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송장비와
화학제품 같은 주요 상품에 대한 ‘tariff peaks’ 등을 제거한다면 미국·EU 간 엄청난 교역량
덕분에 상당한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국경 내 장애물’을 다룰 필요가 있다. 자국 내 규제는 종종 무역장벽이나 상품·서비스
교역비용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비관세장벽은 특히 화장품, 화학제품, 생명공학,
의학·계측장비 부문과 항공산업 분야에 널리 퍼져 있다.
협상이 쉬울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농업 부문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쟁점이 될 것이다.
농산품은 EU와 미국 간 교역 비중에서 단지 5%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수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농산품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미국에서 볼 때 중요한 걸림돌이다. 미국은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38%, 소고기와 닭고기 생산량의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중 겨우 일부분, 즉
옥수수의 1.8%와 축산고기의 3.7%만 EU로 수출한다. 전반적으로 EU는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것보다 미국에 수출하는 농산품이 훨씬 많다.
미국은 이를 EU의 높은 진입장벽 탓으로 돌린다. 농산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약 14%다.
그러나 일부 동물과 유제품의 관세는 100%를 넘는다. EU의 위생기준은 더 까다롭다.
미국과 EU는 수십년간 GMO, 화학약품으로 처리한 닭고기, 호르몬을 투여한 소고기에 대해
논쟁을 벌여왔다.
양측이 서로의 목적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U는 소비자 건강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농산품 수입을 금지한다. 그러나 워싱턴은 유럽 농부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한다.
EU가 최근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수포성 구내염 돼지 등의 수입금지조치를 풀긴 했지만,
GMO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협정 체결은 쉽지 않겠지만, 노력은 가치가 있다. 조사회사 Ecorys에 따르면, 관세를 제거하면
미국 GDP의 연간 1.33%, EU GDP의 0.47%가 증가할 수 있다. 비관세장벽을 낮춰도 미국 GDP의
연간 0.28%, EU GDP의 0.72%가 늘어날 것이다. 심도있는 통합을 통해 경제적인 활동을 부양하는
것은 지금의 저성장기에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다. EU·미국 공동의 접근은 또한 보건·의료와 위생
규제, 승인절차 등의 기준이 다른 시장에서 형성되는 방식에 영향을 줌으로써 세계 무역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아직 WTO 규제를 받지 않아온 지역에서는 특히 그렇다. 이는 협상이
어려운 시기로 접어들 때 상기해야 할 보상이다. 협상은 틀림없이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