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전선경씨(42)는 반찬거리 고르는 게 가장 괴롭다. 원산지를 묻고 첨가물을 따지느라 한 번 장을 보는 데 2~3시간씩 걸린다. 일본산이 조금이라도 함유된 제품이라면 미련 없이 구입을 포기한다. 2년 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생겨난 변화다. 정부가 아무리 안전 기준을 강화해도, 두 아이 엄마인 전씨는 곧이곧대로 믿고 사기 어렵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딸아이가 "문어 먹고 싶다"고 조르는 통에 남미 해역에서 난 제품을 2년여 만에 구입했다. 이따금 세네갈산 갈치,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따져 묻고 샀다. 인근 해역에서만 구할 수 있는 김·미역은 구입하지 않는다. 전씨는 올해부터 멸치 국물로 만든 음식을 끊기로 결심했다.
2011년 3월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두 해가 지났지만 방사성 오염물질에 대한 공포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특히 토양에 쌓인 방사능 물질을 제염한 물이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수산물에 오염이 집중됐을 가능성이 대두됐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국내로 들어오는 일본산 수산물은 지난 한 해 3만t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산물 소비량이 많다.
요즘은 생태(냉장 명태)가 성어기이다. 10월부터 이듬해 2~3월까지 홋카이도 연근해에서 연간 20t이나 되는 명태가 잡힌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생태는 90% 이상이 일본에서 수입된다.
일본 수산청은 일본 해역에서 수확된 수산물을 수출할 때 방사성 물질 검출 여부를 조사한다. 허용 기준치을 넘지 않으면 방사능 검사증을 발행하고 산지증명서를 제출한다. 홋카이도에서 잡힌 명태는 4일 만에 부산항에 도착한다.
일본산 고등어 역시 같은 경로로 수입된다. 고등어와 같은 난류성 어종은 원전사고가 난 후쿠시마 해역과 한국 연근해를 회유한다. 원산지와 관계없이 방사성 오염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한 상인은 "일본산 생태는 식당에서 주문해 곧바로 소진된다. 고등어는 통관 후 전국 각지로 흩어진다"라고 말했다.
다른 어종에 비해 수입량이 많은 고등어와 명태 등에서 방사성 오염물질 검출 건수가 많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세슘 검사 결과, 검출 건수가 2011년 21건에서 2012년 101건으로 5배 늘었다. 냉동 고등어는 2011년 1건(72t)이었으나 지난해 37건(2335.8t)으로 검출 건수와 물량이 대폭 증가했다. 명태도 12건(58.9t)에서 34건(186.4t)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들은 검출량이 허용 기준치를 넘지 않아 모두 유통되었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세슘과 요오드만 검사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로 31종의 인공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에 비산되었기 때문이다. 차일드 세이브의 운영자 최경숙씨는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는 플루토늄과 스트론튬을 추가 검역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칼슘과 유사하게 뼈에 축적되는 스트론튬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위험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