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나루히토 왕세자(왼쪽)와 왕세자비 마사코가 딸 아이코의 유치원 체육대회에 참석, 춤을 추는 아이코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요양 탓에 국내 행사 대부분 왕세자 홀로 참석
1993년 6월9일, 일본 열도는 나루히토 왕세자(일본에선 황태자라 부른다)와 마사코 비의 결혼식으로 들썩거렸다. 퍼레이드가 펼쳐진 도쿄의 길가에는 19만명이 모여들었고, 이를 생중계한 텔레비전 시청률이 80%에 이르렀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외교관 출신의 재원인 오와다 마사코는 국민을 향해 손을 흔드는 왕세자 옆자리에 앉아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을 남겼다.
9일 두 사람은 결혼 20돌을 맞는다. 그러나 마사코 왕세자비는 이미 10년째 그 환한 웃음을 보여준 적이 없다.
마사코비는 결혼 뒤인 1994년과 이듬해엔 왕세자와 함께 외국을 방문했다. 2002년까지는 자신의 생일이나 딸을 낳았을 때 기자회견에 응했다. 그러나 2003년부터는 요양 생활에 들어갔고 언론과 만나지 않는다. 오랜 기간 외국 방문도 하지 않았다. 2004년 7월 왕실을 관장하는 기관인 궁내청이 공식적으로 밝힌 마사코비의 건강 문제는 ‘적응장애’다. 그 두 달 전 왕세자는 기자회견에서 “마사코의 직업 경력이나 인격을 부정하는 듯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6일 <아사히신문>은 고통의 핵심 원인은 임신·출산 기대에 대한 중압감이었다고 보도했다. 마사코비는 2001년 말 딸 아이코를 어렵게 낳았다. 그러나 왕위를 계승할 아들을 낳지 못했다. 마사코비는 올해 49살, 왕세자는 53살이다. 딸 아이코가 2010년 3월 등교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한 것도 적잖은 심적 부담을 안긴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코비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뒤 8월까지 몇 차례 지방 위로 방문에 나섰다. 지난 4월에는 네덜란드 국왕 즉위식에 참석하느라, 11년 만에 외국 나들이도 했다. 그러나 이번 달 왕세자의 스페인 방문에는 동행하지 않는다. 그의 건강이 여전히 좋지 않아, 대부분의 국내 행사엔 왕세자 홀로 참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 만 80살이 되는 아키히토 일왕의 뒤를 이어 나루히토 왕세자가 왕위를 물려받은 뒤에도 홀로 공무를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논픽션 작가 호사카 마사야스는 “현재의 왕과 왕비는 부부가 함께 공무에 참가해 왔지만, 과거에는 여러 방식이 있었다”며 “국민에게 이유를 잘 설명하면 마사코비는 요양을 우선하며 가능한 한도 안에서만 공무나 제사에 참가하고, 보통의 공무는 왕세자 혼자 참석하는 것도 선택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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