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에서 항상 가장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는 시대는 일제시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의견을 충실히 민주화시킨 한국의 사학계 덕분에 매우 일치하는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일제의 통치가 한국의 근대화에 도움이 되었는지의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의견이 분분하다. 경제사학을 공부하는 낙성대연구소 측의 입장에서는 식민지 시기의 근대화가 있었다는 입장이고,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학계는 식민지 시기는 수탈의 시기일 뿐이지 근대화에 도움이 되는 요소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도 교과서에 나오는 자본주의맹아론, 경영형부농론은 경제사학 연구자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사학계에서도 폐기된 것 같다. 일부 국뽕들만이 자본주의 맹아론을 주장할 뿐, 현재 제대로 정신박힌 역사학자들은 그 이론이 과장되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 하다.)
나는 경제학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역사를 공부한 입장에서도 일제 시대의 경험이 근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한다. 물론 경제적으로 근대화의 완성은 박정희 시대에 들어서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작은 일제시대였고, 일제 시대의 경험이 나중의 빠른 근대화 이룩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그런데 답답하게도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일제 시대의 근대화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드는 이유가 참으로 특이하다. 심지어 교수들도 이런 이야기를 해서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일제 시대의 철도 건설과 각종 인프라의 건설은 일본 자신을 위한 것이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대화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족주의에 그야말로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이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매우 이상한 말이다. 국가는 법률적으로도 그렇고 상식적으로도 그렇지만, 인격체가 아니다. 일본을 위한다는 말은 대체 무슨 말을 뜻하는 것일까? 일본이란 곧 일본 사람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해 볼 가능성도 있지만, 조금만 탐구해보면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일본 사람은 단수가 아니라 당시에도 수천만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조선에 철도를 깔고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이 저 멀리 토호쿠의 농민에게 무슨 이득이 있었을까? 아무런 관련도 없다. 그리고 당장 철도를 이용하는 당시 경성의 시민들의 입장에서, 인프라의 건설은 매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일본 사람을 위한 것이며, 조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내가 이렇게 말한다면 그들은 분명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인프라 건설은 조선을 효과적으로 수탈하여 일본으로 부를 이동시키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일부 조선 사람들이 이용하고 일부 일본인들이 관련되지 않았다고 하여 일본을 위한 것이지 조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논리를 주장하는 데에는 경제학적인 분석이 필수적이다. 과연 일본은 조선에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으로 인해서 엄청난 흑자를 보았는가? 현재까지 내가 알기로는 아니다. 오히려 일본은 적자를 보고 있었다. 뭐 일본이 장기적으로 보고 흑자라고 생각하여 건설을 했을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궁금한 것은 왜 우리는 일제 시대에서 "일본"과 "조선"으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