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내에서도 반발." 최근 한국에서 보도되는 대부분의 뉴스에는 이런 제목이 달려서 나가고 있지만, 현지 반응은 한국에서 기대하는 수준의 "그런 반발"은 아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반발하는 곳은 후쿠시마 어민과 어민단체, 환경단체 정도다.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남의 일인 양" 타자화하는 도쿄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식탁에 오를 수산물 걱정이 아닌 "후쿠시마 어민들이 원전사고 발생 후 지난 10년간 일껏 고생해 왔는데, 그들이 입을 풍평피해(뜬소문)가 걱정된다"는 정도다. 지난해 말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방류에 반대한다는 입장이 55%였는데, 그 이유가 나와 우리 가족의 안전성 문제 때문인지, 후쿠시마 사람들에 대한 우려 걱정 때문인지는 좀 더 구분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이 이뤄진 지난 13일과 직전 12일, 도쿄 나가타초 총리관저 앞에서는 일본 환경단체들의 시위가 있었다. 첫날 약 250명, 당일 약 320명이 모였다. 지난 2008년 4월부터 약 3개월간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에서 매주 수천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이 모여 쇠고기 광우병 촛불집회를 벌였던 것과 대비된다.
지난 13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현장에서 평화포럼이란 단체의 공동대표 야스나리 후지모토씨에게 물었다. "이 문제에 도쿄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지 않나?" 그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지금이라도 힘을 모아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A씨(40대 중반, 도쿄 거주)는 이번 결정이 나기 전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과학적으로 후쿠시마 수산물이나 농산물이 그다지 위험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슈퍼에 가면 다른 지역의 농산물, 수산물이 있다. 꺼림칙한 기분이 들면 다른 지역 것을 사 먹으면 된다." 혹자는 "후쿠시마 사고는 일본인들에게 "세월호 참사"와 같은 것이기에 대놓고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먹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50대 일본 언론인 B씨(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거주)도 일본 정부의 해양방류나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먹는 데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다"며 "언젠가는 처리해야 하는 것이고, 문제가 될 것 같으면 다른 지역의 수산물을 먹으면 된다"고 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40대 일본인 변호사 C씨(도쿄 거주)는 "일본 정부가 기준치 이하로 흘려보낸다고 하니,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고 아이들에게도 먹일 수 있다"고 했다. 역시 두 아이의 아빠인 D씨(회사원, 40대 중반, 도쿄)도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 "한국도 트리튬이 든 물을 흘려보내면서 왜 일본만 안된다고 하느냐"고 되레 반문을 했다.
이런 반응은 대개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는 것과 "정부가 과학적으로 처리하겠다고 하니…"라는 반응으로 요약된다. 또 다른 일본의 언론인은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를 많이 겪다보니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이는 자세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예상보다는 일본 내에서 반발이 있어서 일본 정부가 조금 놀랐다"고는 했다. 이 얘기는 대세를 뒤집을 만한 반발은 아니라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반응이 일본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겠으나 도쿄권을 벗어나 간사이, 규슈 등으로 갈수록 이런 시각은 더욱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후쿠시마에서 도쿄까지 직선까지는 약 240km, 자동차로 3시간 거리에 불과하다. 도쿄를 비롯해 수도권 지역에서는 일본 인구의 30%인 3500만명이 살고 있다. 이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뭘까.
이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논리는 간단하다. △한국, 미국 등 원전국가들도 다 흘려보낸다는 "동일시 전략" △여과장치로도 걸러지지 않는 12가지 방사능 핵종의 위험성은 제외한 채 삼중수소(트리튬)로 문제를 국한하는 "축소전략" △안전성엔 문제가 없으니 풍문이나 개인의 인식이 문제라는 "개인화 전략" 등 3가지다.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 알프스)에 두 번 돌려도 요오드 131, 세슘 134·137, 스트론튬 90 등은 걸러지지 않는다. 정상가동 원전에서도 나올 수는 있으나, 사고원전에서 대거 유출되는 핵종이다. 일본 환경성조차도 이들 핵종을 이른바 "사고 유래 핵종"이라고 부른다. 이 역시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면 극히 미미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일본 주류 언론들은 스가 총리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정치적 결단이다"라고 표현하면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트리튬 방류량은 연간 22조베크렐(베크럴)인데, 한국 고리원전에서는 트리튬 45조 베크럴, 월성 23조 베크럴을 방류했으며 프랑스의 재처리시설에서는 무려 1경3700조 ,베크럴 미국의 한 개 원전에서는 51조 베크럴을 방류한다는 수치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언론이나, 시민단체 간 연대가 약하다는 것 역시 후쿠시마 원전 방류 반대 "대규모 시위"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5년 아베 정권 당시 "전쟁 반대"는 외치며 안보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무려 10만명 넘는 인원이 참가한 바 있으나 결국 막지 못했다는 실패 경험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팔짱을 낀 채 나란히 서 있다. 자료사진. 로이터 뉴스1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지난해 2월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