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브컬쳐의 세계에서는 "미소녀 동물원"이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마치 동물원에 간 것처럼 다양한 미소녀들을 마음 편하게 "구경"할 수 있도록
작품 전체를 오직 미소녀들만으로 가득 채워넣은 것이 이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이죠
남성 주인공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꼈던 하렘물과는 다르게
"미소녀 동물원"에서는 남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거나
막상 등장을 하더라도 미소녀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그런 주변부의 존재로만 설정이 되고는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설정을 해두면 내가 좋아하는 "最愛캐릭터"가
혹여나 작품 속의 다른 남성들과 이어질 수도 있을 않을까~라는
그런 "배신에 대한 불안감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비록 가상에서의 배신일지라도 말이죠
물론 이 장르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아즈망가 대왕>은
그 독특한 짜임새를 참신하게 활용하면서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얻었었습니다
하지만 어딜가든 고인물이 문제가 되듯이 장르의 문법이 반복되고 고착화될수록
"미소녀 동물원"은 그 불길한 어감의 느낌을 그대로 따라가게 되었죠
미소녀의 캐릭터성이 작품의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고,
그러한 캐릭터의 매력에 진지하게 몰입하는 팬층이 생겨나면서
우리가 농담처럼 "2D 여친"이라고 말하는 그 문화는
서브컬쳐계에서 점차 비중을 키워갔습니다.
그렇게 서브컬쳐 제작자들에게 가중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가 로 변하게 되었죠
이제는 작품의 이야기와 세계관을 먼저 구축한 다음에
캐릭터를 그 위에다가 등장시키는 게 아니라,
일단 캐릭터의 외모와 설정을 집중적으로 먼저 만들어놓은 다음에
거기에 이야기를 붙여나가는 방식이 훨씬 더 경쟁력이 있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작품의 이야기가 아니라,
캐릭터라는 "기호"가 훨씬 더 중요해진 것이죠
모든 분야와 장르에 미소녀라는 "기호"를 갖다붙이는 지금의 현상은
바로 이러한 흐름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작품의 세계관이 아무리 허무맹랑하든,
이야기의 개연성과 완성도가 아무리 떨어지든 상관없이
캐릭터 라는 기호만 잘 만들면 결국 시장에서 팔릴 수가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모든것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미소녀들
이렇듯 캐릭터 자체에만 집중하는 문법에 익숙해지고 나면
소비자들의 인지구조는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즉 캐릭터들이 개연성있는 세계관과 이야기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걸 받아들인다면,
그 다음으로는 캐럭터가 더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되는 것도 받아들일 수가 있게 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캐릭터에게 외형적인 매력과 독특한 개성을 불어넣을 수만 있다면
그게 반드시 "본질적으로" 사람일 필요는 없어진
지금의 현상으로도 이어지게 된다는 거죠
동물이나 사물까지도 미소녀로 치환시켜버리는
지금의 이 기묘한 문화는 그렇게 만들어져왔습니다
#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