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에서 ‘손놈’된 엔화 약세…日, 24년간 무슨 변화 있었나
기사내용 요약
”근본적 문제는 日이 엔저 살릴 산업경쟁력 잃었다는 점”
엔저에도 수출 기업들 이익 못봐…”엔화 약세 이득 전혀없어”
日닛케이 “장기적 관점서 엔저 살릴 산업 강화책 서둘러야”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2.06.14. livertrent@newsis.com">livertrent@newsis.com”>li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에서는 한 때 엔화 약세가 수출 대기업들의 이익 증대로 이어지면서 환영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24년만의 엔저에 일본 정부가 나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왜 그때는 환영받는 ‘손님’이었는데 이제는 ‘손놈’이 된 것일까. 문제는 일본의 산업 경쟁력에 있다.
14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전날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1달러 당 135엔 전반까지 떨어져 약 24년 만의 엔저를 기록했다면서 “금융 불안으로 ‘일본(엔) 매도’가 있던 1998년 이후 약 24년 만의 엔화 약세, 달러 강세로 되돌아갔다”고 현지의 불안감을 전했다.
특히 “엔저를 초래하는 구조는 당시와 달라졌다. (문제로) 부상한 것은 산업 경쟁력을 최저 수준에서 끌어올리지 못해온 일본 경제의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엔화 가치의 하락률은 약 10%로 세계 주요 통화에서 가장 가치를 낮췄다.
미국, 유럽 등에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융 긴축을 서두르고 있는데 비해 금융 완화를 계속하고 있는 일본은행과 차이가 문제였다. 외국과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외국 헤지펀드 등에서의 엔화 매도가 이어졌다.
엔화 가치가 이처럼 추락했던 것은 1998년 10월 이후 약 24년 만. 1998년은 일본 장기신용은행이 파산하며 금융위기 아래 엔매도가 거셌던 시절이다. 1997년부터 이어지던 금융기관 파탄이 멈추지 않았으며 경제는 디플레이션 국면의 문턱에 섰다. 기업들은 투자와 임금을 억제했다.
다만, 이후 일본은 엔저로 이득을 보기도 했다.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이를 아베노믹스의 한 기둥으로 삼았다. 수출 증가로 연결되며 경제는 호황을 누리는 듯 했다.

[도쿄=AP/뉴시스]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2022.06.14.
그렇다면 왜 지금 엔저는 문제가 될까? 1998년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지금은 탄탄한 금융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금융불안에 뿌리를 둔 엔 매도도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닛케이는 일본의 “근본적인 문제는 엔저를 살릴 산업 경쟁력을 잃었다는 점이다”고 꼬집었다.
내각부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의 외국 생산 비율은 1998년 10%에서 2020년 22%로 약 2배 이상 뛰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늘어난 점도 문제다. 1998년 기준 컴퓨터(주변 기기 포함) 수출은 수입을 7000억엔 이상 웃돌았다. 하지만 2021년에는 수입이 수출을 2조엔 이상 넘어섰다.
일본의 심각한 인력난은 기업들의 국내 설비투자를 지연시켰다.
엔저는 이제 수출 기업들에게 더 이상 이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도 지난 4월 “엔화 약세 이득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신문은 “엔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 강화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1998년과 다른 점은 또 있다. 정부의 환율 개입이다.
현재 재무성의 전신인 대장성은 1998년 4~6월 총 3조엔이 넘는 엔화를 매입하고 달러를 매도하는 이례적인 통화 방어를 실시했다.
앞서 지난 10일 재무성과 금융청, 일본은행이 3자 임시 회동을 가지면서 일각에서는 개입에 대한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말 뿐인 개입일 것이라는 견해가 대다수”라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게다가 개입은 미국과 적절한 사전 협의를 거친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 이뤄질 수 있는데,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운 미국에게는 달러 가치 상승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일본을 위해 엔 매입 개입을 허용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