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수출 급감 이어 CPI도 급락
경기회복 기대 `찬물`..디플레 방어 지속될 듯
일본의 5월 소비자물가(CPI)가 사상 최대폭으로 급락하면서 일본 경제가 다시 디플레이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두달간 소폭 감소에 그치며 반등 기미를 보였던 CPI가 갑작스레 떨어지자 수출 급감으로 가뜩이나 우려가 높아졌던 경기회복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경기부양 출구전략 논의가 활발했지만 일본은 디플레 쪽에 계속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진단을 상향 조정한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BOJ) 판단도 섣부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 역시 나올 법 하다.
◇ 5월 CPI 급락..디플레 재심화 전조 곳곳서 `포착`
26일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5월 CPI는 전년대비 1.1% 감소했다. 지난 3,4월에도 하락세를 탔지만 마이너스(-) 0.1%에 그쳐 오히려 인플레 전망이 부각된 상황이었다. 특히 이날 CPI 하락폭은 지난 1971년 지표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폭이었다.
일본의 물가 하락은 지난 해 상품가격이 급락한 영향도 있지만 전반적인 내수 약화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시라가와 마사아키 BOJ 총재 역시 지난 주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 등으로 올해 회계연도 중반까지 물가 하락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한 바 있다.
실제로 일본 소매업체들은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가격할인 전략에 들어갔다. 여전히 부진한 고용사정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가 뚝 떨어진 탓에서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75개 일본 소매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7%가 올해 회계연도중 제품 가격을 낮출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고 전체 규모도 지난 해보다 9% 증가했다. 일본 2위 소매업체인 에이온만해도 이번주 제과제품과 주류 등의 할인 행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디플레 심화 전조는 CPI에 앞서 다른 지표들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5월 도매 비용은 22년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고, 기업서비스물가 역시 무려 3%나 급락했다.
◇ 日, 아직은 디플레가 발등에 떨어진 불
사실상 일본은 만성적인 디플레에 시달려 왔고 소비자들이 향후 물건 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구매를 늦추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일본이 디플레 늪에서 빠져나온 것은 지난 2005년 물가 상승 당시 잠시 뿐이었고 최근까지 11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져 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출구 전략이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일본의 경우 물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면서 당장은 디플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가이즈카 마사아키 일본 재무성 채권관리 국장은 "인플레보다는 디플레 방지를 위한 부분을 더 의식하고 있다"고 밝혔고, 카메자키 히데요시 BOJ 위원도 "물가상승 기대 감소로 디플레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며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BOJ가 인플레가 완전히 가시화될 때까지 경제 부양을 지속할 것을 조언했다.
◇ 수출도 다시 빨간불..경기회복 토대 `침식`
여기에 최근 여전히 부진한 대외수요로 수출마저 다시 급감하면서 디플레 상황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의 경기회복 토대 자체가 휘청거리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 24일 발표된 5월 수출은 전년대비 40.9% 감소하며 지난 4월 39.1%의 감소폭보다 악화됐고, 지난 1월이후 처음으로 중국 수출 역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며 중국의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도 반감시켰다.
세계 경제가 살아나야 일본 경제 역시 후행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을 실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와 BOJ가 두달 연속 경제진단을 상향하면서 경기바닥론을 부각시켰지만 수출이 다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핵심 물가 역시 BOJ가 전망한 올해와 내년 회계연도 예상치는 각각 -1.5%와 -1%인 반면, 전문가들은 3분기 중 일본의 CPI가 2% 이상 하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 디플레 늪도 더 깊어질 수 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6/26/20090626009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