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의 택시기사 왕칭룽(王慶榮)씨는 이영애 장나라 최지우 김태희 송혜교 배용준 원빈 등 한국 연예인들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지난 2일 저녁 타이베이 시내에서 스린(士林) 야시장까지 가는 20여분 동안 그는 대장금이나 겨울연가, 식객 등 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오락프로들을 칭찬했다.
스린 야시장의 한 식당에서 TV 채널을 돌려보니 20여개 중 5~6개는 한국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였다. 한국관광공사 한화준(韓和埈) 타이베이 지사장은 "대만 사람들이 한국 프로를 워낙 좋아해, 동삼(東森)TV 같은 곳은 한국의 SBS와 독점 계약해 자체 채널에서 재탕·삼탕까지 하고 군소 케이블에도 넘기는 식으로 큰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높은 한류 열기에도, 한국 제품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택시기사 왕씨도 "집에 한국 제품은 없다"고 했다. 지난 5월 대만에 연수를 온 회사원 이모(38)씨는 "낡은 일제(日製) 에어컨을 한국 제품으로 바꿔달라"고 했으나, 집주인은 한국인인줄 뻔히 알면서도 "한국 제품이 뭐가 좋다고….
일제나 대만제를 알아보겠다"고 대답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타이베이 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대만 사람들은 한국을 공산당과 맞서 싸운 우방으로 믿다가 한국이 1992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면서 큰 배신감을 느꼈다"면서 "특히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와 주력 산업도 비슷해 "한국에 밀리면 대만은 끝장"이라는 식으로 강한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인구는 약 2600만명(작년 8월 기준)으로 한국의 절반 정도이고, 영토는 약 3만6000㎢로 경상도보다 약간 크다. 지난해 1인당 GDP(국내총생산)도 1만8300달러로 한국(1만9600달러)보다 약간 적고, 수출입 물량도 서로 5~6위 정도로 비슷하다. 대만은 50년간 일본 지배를 받다가 1945년 해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