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에서 저가 와인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최근 국내 와인시장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국내에 수입된 와인량은 99만9181케이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떨어졌다. 와인전문가 전현모씨는 “와인시장이 2006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와인수입업체 관계자는 “중소 수입사들의 인수합병(M&A) 소문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상황이 10여 년 전 일본 와인시장과 닮은꼴이라는 점이다. 90년대 후반 일본에선 와인시장이 커지자 대기업들이 와인을 직수입하며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일본 와인시장은 그 후 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일본 대기업들은 단순히 가격 경쟁을 넘어 문화 마케팅을 통해 와인 전체 소비량을 늘렸다. 일본 중소 와인수입사들은 대기업이 수입하지 못하는 부티크(소량으로 생산되는 고급 와인) 와인 등을 수입하며 틈새 시장을 개척했다.
당시 일본 정부의 역할도 주목할 만하다. 와인의 온라인 판매를 완화하고 세금을 낮춰가며 대기업과 중소 수입업체들이 자율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특히 자국산 프리미엄 와인 생산을 적극 지원하며 일본산 와인의 경쟁력도 높였다. 일본 와인시장이 커지자 일식의 세계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전 세계 와인 생산자들이 거대 일본시장을 잡기 위해 저명한 와인 평론가와 미식가를 초청해 ‘일식과 맞는 와인이 바로 자기 와인’이라며 홍보해 줬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제 와인업계와 정부가 함께 합리적인 와인 문화를 본격적으로 선도해 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