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1765805
"성공하면 살고, 실수하면 죽는다".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의 2인자였던 리일규 전 참사는 "탈북"이란 단어의 무게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북한 체제에 대한 염증과 자녀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리 전 참사는 새 여권을 받아든 당일 탈북을 감행했습니다. 가족에게는 비행기 이륙 6시간 전에 알렸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목숨 건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탈북이었습니다.
-탈북 계기가 궁금하다.
=북한 사회의 노동에 대한 착취, 불공평한 평가, 이게 가장 기본적인 이유였다. 북한 체제에 대한 염증, 이 사회는 정말 미래가 없고, 암담하고, 이런 사회가 될 것이다. 나는 그래도 수십년 동안 이 사회에서 살면서 많은 걸 이뤄냈고, 최소한 늙어 죽을 때까지 힘들지 않게 살 거란 전망은 있었다. 그런데 내 자식은 어떻게 하나? 이 사회와 같이 할 수 없단 생각은 하고 있었다.
-탈북을 결심하고 어떤 준비를 했나?
=탈북 결심하고 실행하기까지 3개월 안 되는 시간이 걸렸다. 탈북은 사선을 헤치는 모험이다. 성공하면 사는 거요, 실수하면 죽는, 양자 택일의 길. 매우 신중해야 했고, 있을 수 있는 많은 정황 예견해야 했고, 그러자니 한국에 대한 지식, 선배들의 탈북 과정, 이용 경로 이런 걸 종합 분석해야 했다. 가장 기초적 수단은 인터넷이었다. 속상했던 점은 탈북 경위나, 루트라든가 자료가 상당히 적더라.
-북한의 외교관 탈북이 잇따르고 있어서 감시가 엄격할 것 같은데?
=원래 북한에선 수십 년 전부터 대외 활동 원칙이 있다. "2인 결합" 원칙. 외국인을 만나거나, 나가서 대외 활동 할 때 혼자 할 수 없다. 2명이서 같이 움직여야 한다. 간첩 방지 이유도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건 탈북 방지. 2인 결합으로 감시도 하고, 통제도 한다. (코로나 19로 인한 국경 폐쇄 이후) 북한이 2023년 8월에 처음 국경을 (다시) 열었지 않나. 그때 해외 파견자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국경 연단 소리는 몇 달 전부터 나왔는데, 어떤 대상들 소환하려 하니 소환 준비해라 지시가 내려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했고, 흔들렸고, 이제 결정할 때가 됐다 해서 많은 분들이 갔다.
-북한은 대사관 여권 따로 갖고 있다던데?
=여권이 만기가 됐다. 북한 여권은 5년이 기한이다. 여권 만기가 돼서 새 여권을 신청했다. (지난해) 8월부터 제한 풀리면서 여권이 나오기 시작했다. 새 여권 오면 그거 먼저 쥐고, 쥔 그날 중으로 비행기표 사서 뜬다고 계획했다. 그게 성공을 한 거다.
-탈북 결심하고 부인과 자녀에게 전했을 때 반응은?
=(지난해) 7월 그때 탈북을 본격적으로 결심했고, 산책 나가서 아내에게 한국에 가잔 소린 안하고 나가 살면 좋지 않겠냔 식으로 말했다. 아내가 깜짝 놀라며 큰 배경 없이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고 탄탄대로가 앞에 있고, 성공할 일만 남았는데 다 버리고 간다는 게 무슨 말이냐, 가면 성공할 담보는 있냐 했다. 아내가 고민을 많이 했다. 무겁고, 부담스럽고, 충격적인 얘기 들어서 심장발작 일으켜 병원에 실려갔다. 그래서 그때 얘긴 농담이고, 새겨듣지 말고, 아무 데도 안가니까 마음 놓으라고 하고 혼자 추진했다.
실지 탈북하기 6시간 전에, 현지 비행기 뜬 게 (새벽) 4시에 떴다. 아내와 자녀에게 말한 건 (밤) 10시에 말했다. 비행기표 다 구입해놓고 가자, 제발 같이 가 달라, 아내는 농담이라 생각했다. 한국이 싫다 이것보다는, 한국에 가잔 얘긴 안 하고 다른 나라 가서 살자고 했다. 한국 싫다기보다 두려운 거다. 성공할 수 있냐, 없냐 이런 위협으로 다가왔다. 끈질기게 설복해서 동의하고 따라왔다. 자식의 경우엔 말을 듣더니 말을 못했다. 따라나서긴 했지만, 큰 충격이다 보니까. 아내와 자식이 나의 뜻을 따라서 같이 와준 걸 고맙게 생각하고 평생 빚이라고 생각한다. 갚아야 할 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