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일본 러브 호텔 업계 [조인스]
의사·간호사 가운 갖춰 놓은 방도
러브 호텔은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 만한 장소를 찾는 커플뿐만 아니라 불황을 타지 않는 안정된 투자 대상을 찾으려는 투자자들에게도 인기다.
일본에는 2만 5000여개의 러브 호텔이 성업 중이며 연간 방문객도 5억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연간 400억 달러(약 50조원).
주로 교통이 편리한 기차역이나 지하철역 인근에 밀집되어 있는 러브 호텔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불황을 맞고 있는 일본에서 인기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황 탓에 다른 씀씀이는 줄이더라도 애인과 함께 보내는 오붓한 시간에 드는 돈은 줄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주말에는 방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처럼 어렵다. 몇달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다.
‘호텔 포 유’‘선팰리스’‘아시안 P도어’등 이국적인 이름을 내걸고 있는 러브 호텔의 객실은 시간당 요금을 내야 한다. 빈방 확인, 객실 선택, 요금 계산 등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호텔 직원과 직접 얼굴을 마주칠 필요가 없어 ‘비밀 보장’도 거의 확실하다. 출입문에 불이 켜져 있으면 방이 비어있고 꺼져 있으면 안에 손님이 있다는 얘기다. 지하 주차장을 갖춘 곳도 있고 고객이 타고온 승용차의 번호판을 가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고객의 대부분이 남몰래 바람을 피우거나 직업 여성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이용하지만 평소 비좁고 방음이 거의 안 되는 일본의 전통적인 가옥 구조 때문에 부부들이 주말에 애용하기도 한다. 사람들로 붐비는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혼자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많다. ‘프라이버시’가 곧 러브 호텔이 내세우는 상품인 것이다.
‘아시안 P도어’를 운영하는 업주는 B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불황 때문에 최근 매출이 3~4%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객실 회전율은 400%나 된다”고 말했다. 객실 1개를 하루에 이용하는 고객이 네 커플이 된다는 얘기다.
객실을 다양한 테마로 꾸며 놓아 고객의 취향대로 방을 고를 수 있다. 남녀가 의사와 간호사 복장으로 갈아 입을 수 있는 방도 있다. 학교 교실이나 지하철 객차로 꾸며 놓은 곳도 있다. 영화 ‘타이타닉’의 팬들을 위해 고급 유람선 갑판처럼 꾸며 놓은 방도 있다. 영화에 나오는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나 케이트 윈슬릿의 모형을 실물 크기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일반 가정에서는 누릴 수 없는 안락함을 제공하기 위해 대형 스크린을 갖춘 가라오케, 노천탕을 갖춘 고급 러브 호텔도 등장했다. 자쿠지 욕조, 콘돔, DVD 플레이어, 화장품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일본에서 러브호텔이나 레저호텔 지점 6곳을 운영하는 호텔 체인 뉴페스펙티브의 스티브 맨스필드 CEO는 “최근 러브호텔 산업이 불황이라는 충격에 매우 탄력적이라는 것이 확실이 증명됐다”며 “하지만‘러브 호텔’보다 ‘레저 호텔’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